"한국에서 성공한 공들" 고우석 미친 자신감, KK쇼 데뷔전…감독도 대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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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구종에는 자신 있어요. 내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해준 공들이거든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 고우석(26)이 미국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처음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우석은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호호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경기 5-3으로 앞선 8회 구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4사구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홀드를 챙겼다. 샌디에이고는 5-3으로 승리해 시범경기 성적 4승4패를 기록했다.
고우석에게 이날 경기는 데뷔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개막 엔트리 진입 여부가 걸렸기 때문.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29일 미디어 배포용 게임노트에 '서울시리즈' 관련 내용을 실으면서 '한국인 선수인 고우석과 김하성(28)이 모두 서울로 간다'고 알렸다. 김하성은 올해로 빅리그 4년차를 맞이한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이기에 개막 엔트리 진입은 확정적인데, 고우석은 서울행이 곧 개막 엔트리 확정을 뜻하지 않았다. 고우석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에 계약한 신입 선수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마무리투수 경쟁 후보로 올려두긴 했지만, 시범경기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고우석은 침착하게 첫 타자 타일러 소더스트롬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소더스트롬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한 선수로 45경기에서 타율 0.160을 기록한 신예급 선수였다. MLB.com 현지 중계진에 따르면 고우석은 초구로 시속 92마일(약 148㎞) 직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소더스트롬의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잡았다.
1사 후에는 박효준과 마주했다. 박효준은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신분으로 오클랜드에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우석과 박효준 모두 각자 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적극적은 승부를 펼쳤다. 고우석은 볼카운트 3-1로 몰린 상황에서 박효준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웃었다.
고우석은 2사 후에 처음 출루를 허용했다. 쿠버 보우먼에게 3-유간을 빠져 나가는 좌전 안타를 맞았다. 볼카운트 1-0에서 시속 93마일(약 149㎞)짜리 직구를 던졌는데 보우먼의 방망이에 걸렸다. 더 위기는 없었다. 2사 1루에서 맥스 슈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임무를 마쳤다. 현지 중계진은 고우석이 볼카운트 2-2에서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졌고, 슈먼의 체크 스윙이 인정돼 탈삼진이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원정 경기라 주전 선수들은 대거 제외하고 오클랜드를 상대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시범경기 초반에 흔히 있는 일이다. 오클랜드는 주전 선수들을 경기 중반에 대부분 교체하고 엔트리를 결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선수들을 후반에 투입했다. 고우석이 상대한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경기 결과에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이 상대적으로 편한 상황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고우석의 데뷔전을 지켜본 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트 감독은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모든 게 잘 통했다. 공의 스핀도 좋았다. 고우석이 던지고자 하는 곳으로 공이 다 잘 갔다(제구가 좋았다). 굉장한 첫 등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MLB.com은 '고우석은 처음 마주한 오클랜드 타자인 소더스톰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까지 3가지 구종을 던졌다. 고우석은 땅볼로 아웃을 잡고, 내야안타를 내준 뒤에 한번 더 삼진을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8회 등판을 마쳤다'고 총평했다.
고우석은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는 그 3가지 구종(직구, 슬라이더, 커브)에 자신이 있다. 한국에서 내가 성공할 수 있게 해준 공들이다. 메이저리그가 KBO리그보다 상위 리그인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내 무기들을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큰 위기 없이 아웃카운트를 잡아 나가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본인의 공이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고우석은 "내 직구에 타자들의 헛스윙이 나온 게 가장 기뻤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이 남아 있긴 하다. 나는 일단 개막일까지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샌디에이고는 다음 달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을 치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그와 야구 세계화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정규시즌 경기를 진행하는 이벤트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사무국은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개막 2연전을 '서울시리즈'라고 부르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고우석은 서울시리즈 동행에 그치지 않고 개막 엔트리에 합류해 고척 마운드에 등판하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고우석은 "고국에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선다면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정말 특별할 것 같다. 개막전에 나설 수 있으면 정말 긴장될 것"이라며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면 정말 영광일 것이라고 했다.
김하성과 고우석이 함께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면 구단 최초 역사를 쓴다. 샌디에이고는 '샌디에이고는 김하성(한국)과 고우석(한국), 다르빗슈 유(일본), 마쓰이 유키(일본) 등 아시아 출신 선수 4명을 엔트리에 포함하게 된다. 샌디에이고는 개막 로스터에 아시아 출신 선수를 2명 이상 넣은 적이 없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김하성과 다르빗슈가 있었다. 2006년 개막 로스터에도 아시아 출신 선수 2명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 구단 특별 고문으로 있는 박찬호(한국)와 다저스 감독인 데이브 로버츠(일본)가 있었다'며 아시아 선수가 4명이나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는 건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구단으로 범위를 넓혀도 개막 로스터에 아시아 출신 선수가 4명 이상 있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엘리아스 스포츠에 따르면 2008년 다저스가 마지막 사례였다. 그해 다저스는 후친룽(대만), 궈훙즈(대만), 구로다 히로키(일본), 사이토 다카시(일본) 등 4명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했다.
고우석은 구단의 철저한 관리 아래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MLB.com은 '고우석은 지난 시즌 LG 트윈스에서 3승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LG와 함께하는 7번째 시즌이었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뛰는 동안 통산 354경기에 등판해 139세이브를 챙겼다'고 설명한 뒤 'LG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11월 14일 (우승을 확정한) 마지막 경기에 등판해 피날레를 장식했다. 고우석은 그가 스프링캠프에 서두르지 않도록 배려해 준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고우석은 "팀에서 내가 조금 더 여유 있게 몸을 만들어서 첫 경기에 건강하게 등판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까지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조시 헤이더가 FA 시장에 나가기 전에 잡지 못하면서 뒷문이 헐거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리그 통산 165세이브를 자랑하는 헤이더는 올겨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5년 9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샌디에이고는 대신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인 고우석과 마쓰이 유키를 동시에 영입하면서 뒷문 보강에 나섰다. 기존 필승조 로베르토 수아레스에 새 얼굴인 완디 페랄타까지 마무리 경쟁을 펼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고우석은 일단 보직은 욕심내지 않고 빅리그에 빨리 적응하는 데 무게를 두고 움직이고 싶은 뜻을 내비쳤다. 고우석은 "보직과 관련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지는 게 내 일이다. 등판해서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며 투수로서 본분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