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하드히트 3개에 헛스윙은 제로(0), ‘홈런·2루타’ 결과 그 이상으로 강렬했던 이정후의 세 타석··· “좋은 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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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불과 2경기, 겨우 6타석. 성급하게 판단하기엔 표본이 너무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출발인 것 또한 분명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첫발을 내딛는 이정후(26)가 첫 실전부터 뜨겁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지난 6타석 동안 가진 장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원정 시범경기에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로 맹활약했다. 1번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는 1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쳤고, 3회초 2번째 타석에서 미국 진출 후 첫 홈런을 때렸다.
2루타와 홈런 둘 다 강렬한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첫 타석 2루타가 타구속도 시속 159.5㎞에 발사각 18도였고, 2번째 타석 홈런은 그보다 더 강한 타구속도 175.5㎞에 발사각은 똑같이 18도였다. 결과는 아웃이었지만 6회 3번째 타석 역시 타구 질은 나쁘지 않았다. 바깥쪽 높은 싱커를 받아쳐 시속 158㎞ 강한 타구를 만들었다. 땅볼 방향이 3루 정면이었던 게 아쉬웠다. 양팀 모두 9안타, 샌프란시스코의 1-2 패배로 끝난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이정후 홀로 하드히트(타구속도 시속 152㎞ 이상 강한 타구) 3개를 기록했다.
당초 이정후는 초정밀 콘택트 능력으로 주목받았다. KBO리그에서 커리어 내내 5% 전후로 헛스윙 비율을 억제했던 콘택트 능력 만큼은 MLB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야구예측시스템 ZiPS가 올 시즌 이정후의 피삼진율을 7.3%로 예측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시즌 규정타석 기준 MLB 전체에서 2번째로 낮은 수치다.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오른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만 그보다 낮은 피삼진율(5.5%)을 기록했다. 이런 예측치를 기반으로 디어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확실한 선택(safe bet)’으로 여긴다”고 앞서 보도했다. 맞히는 능력이 워낙 탁월해 생소한 빅리그 투수들에게도 어렵잖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제 2경기지만, 이정후는 기대 만큼의 콘택트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세 타석에서 이정후는 공 9개를 맞아 단 한 차례 헛스윙도 하지 않았다. 첫 경기를 포함해 6타석에서 1삼진만 당했다. 지난달 28일 시애틀전 마지막 3번째 타석에서 3연속 헛스윙을 하며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기색도 보였지만, 바로 한 경기 만에 재조정에 성공했다.
콘택트 능력을 증명한 데다, 빠르고 강한 타구로 장타까지 연타석으로 생산했다. 샌프란시스코가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다. 지역지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이날 홈런에 대해 “이정후가 빅리그 수준의 투구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덧붙여 “공을 맞히는 능력으로 먼저 알려진 선수지만, 예상 이상의 파워까지 갖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정후가 3차례 타석에서 모두 강한 타구를 만들었다는 걸 콕 집어 전했다.
이정후는 이날 경기 후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키가 크고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서 공이 더 빨라 보인다. 움직임도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정후는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공을 큰 어려움 없이 대처해내고 있다. 이날 홈런을 만들어 낸 공이 시속 151.5㎞ 포심패스트볼이었다. 볼 카운트 2B 1S에서 다소 가운데로 몰린 공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경기 후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꽤 좋은 출발 아니냐”며 “이정후는 빠른공이든 브레이킹볼이든 다 잘 대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MLB에 도전하는 타자들이 마주하는 첫 번째 장벽은 빅리그의 빠른공이다. 시속 150㎞를 가볍게 웃도는 빠른공을 쳐내지 못한다면 자기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도 이정후의 출발은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이날 이정후에게 홈런을 맞은 애리조나 투수 라인 넬슨은 “이제 그 선수가 꽤 잘한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는 볼 카운트 2-1에서 그런 직구를 던지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처럼 좋은 타자가 그런 안일한 공을 맞는다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투가 언제든 나올 수 있고, 이정후는 그같은 실투를 받아칠 능력을 갖췄다는 칭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