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개막전 선발' 무산되나, 첫 라이브 피칭 연기... 최원호 "일정 밀리면 굳이 끼워넣을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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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괴물'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의 첫 라이브 피칭이 비로 인해 미뤄졌다. 어쩌면 비로 인해 '개막 선발' 류현진의 모습을 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류현진은 당초 1일 오전 11시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의 2024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피칭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부터 오키나와 중북부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남쪽에 있는 한화의 캠프지에도 조금씩 비가 내렸다. 이어 날이 바뀌고 하늘이 흐려지면서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라이브 피칭을 마치기 위해 시간을 앞으로 당겼지만, 여전히 그라운드 정비가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외야에서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면서 예열에 들어갔다.
하지만 끝내 강우량이 늘어나면서 훈련 자체가 어려워지자 류현진은 자리를 옮겨 보조구장에서 캐치볼에 나섰다. 비를 맞으면서도 계속 몸을 풀어봤지만 빗줄기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류현진의 라이브 피칭은 다음날로 미뤄지게 됐다. 한화는 2일 오후 1시 롯데 자이언츠와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연습경기를 펼치는데, 류현진은 이동 전 라이브 피칭을 실시한다.
최원호(51) 한화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침에 나올 때만 해도 비가 안 와서 일단 (일정을) 당겨서 하려고 했다. 그랬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가지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다리긴 했는데 계속 기다릴 순 없다. 일단 내일(2일) 하겠다고 미뤘다"고 설명했다.
현재 예보에 따르면 2일 오키나와에는 흐리고 한때 비가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대로라면 투구는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미뤄진 날까지도 라이브 피칭이 불가능하다면 류현진의 개막전 등판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최 감독은 "내일(2일) 못하면 개막 일정을 그대로 하기 애매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현진을 무리시킬 생각은 없다. 최 감독은 "(라이브 피칭이) 밀리면서 스케줄이 바뀌면 굳이 개막전 선발에 끼워넣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면서 "개막전 한 경기만 하는 게 아니다. 조금 늦게 들어가도 계속 던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나도 비가 안 왔으면 한다"며 예정대로 일정이 흘러가기를 바랐다.
캠프에서 일주일 정도 지켜본 류현진의 모습은 어떨까. 최 감독은 "구위도 좋은데 커맨드도 좋다"며 "보통 커맨드 좋은 투수가 구위가 약하고, 구위 좋은 투수는 커맨드가 약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게 류현진의 클래스다"고 미소를 지었다.
앞서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의 개막전 등판을 예고했다. 뉴스1에 따르면 최 감독은 지난달 25일 취재진을 향해 "팀에서 회의한 끝에 류현진의 훈련 일정을 개막전에 맞춰놨다"며 "몸 상태와 날씨 등 큰 변수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면 류현진은 개막전에 등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4 KBO 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LG는 지난해 통합 우승팀이자 한화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한화는 LG를 만나 26승 52패 1무로 절대열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6승 9패 1무로 약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등판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류현진은 KBO리그 시절 LG를 상대로 22승 8패, 평균자책점(ERA) 2.36으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데뷔 첫 승리(2006년 4월 12일 7⅓이닝 10탈삼진 무실점), KBO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2010년 5월 11일 9이닝 17탈삼진 1실점) 경기 등 LG를 상대로 임팩트 있는 장면도 수차례 연출했다.
SBS스포츠 유튜브 채널인 오프더TV(OFF THE TV)에 출연한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 선수가 오면서 투수진 구상을 바꾸긴 해야할 것 같다. 건강하게 로테이션만 지켜주면 팀에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선발진 4명은 확정이 됐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 한 자리를 어떤 선수로 추려서 할지는 류현진 몸 상태를 보고 이후에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현진에게 바라는 성적은 "최소한 규정이닝 이상 소화를 바란다"며 개막전 선발 여부에 대해선 "투구가 가능하다면 상대팀이 어디가 됐든 류현진이 나설 것이다. 특별히 부탁할 건 없고 몸 잘 만들어서 정상 출격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더 없이 강한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1선발 류현진을 필두로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난 문동주까지 빈틈없는 4명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신인 전체 1순위 황준서와 2021년 14승을 따냈던 김민우 등이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선발 4명은 정규시즌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컨디션이 좋다 나쁘다 할 단계가 아니다"며 "컨디션은 오히려 5선발 경쟁하는 선수들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타선에서는 지난해 30홈런을 기록하며 만개한 4번 타자 노시환이 버티고 있고, FA로 영입한 채은성과 안치홍 역시 중심타선에서 역할을 해줄 전망이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로 김강민과 SSG 랜더스에서 방출을 요구한 포수 이재원까지 영입하며 젊은 선수층에 경험을 더했다. 외국인 타자는 지난해 한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으나 요나단 페라자는 화끈한 타격은 물론이고 활발한 성격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최원호 감독과 동료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흐름을 끊어내기에 적절하다. 최 감독은 페라자에 대해 "타격 쪽에서는 괜찮을 것 같다. 수비에서도 워낙 안 좋다고 해서 어느 정도인가 했더니 생각보다 괜찮다. 중견수와 우익수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의 계약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한화 선수들은 그의 복귀에 대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최원호 감독은 "큰 선수(류현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계약 소식이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계속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계약 소식이 있어야 기대를 접지(웃음)"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만난 문동주는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이 아니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개인훈련을 이어오고 있는 장민재도 류현진을 쌍수를 들고 반겼다. 그는 "현진이 형과 저는 나이가 있어 야구에 대해서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본인들이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도 "몸 관리라든지 마운드에서 어떻게 침착하게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밥 먹고 운동할 때 물어보면 조언도 해주시고 그걸 바탕 삼아서 내가 가진 장점을 경기 때 공을 던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을 지켜본 만큼 여전히 류현진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다. 장민재는 "워낙 가지고 있는 게 좋은 선수인데 노력까지 하다 보니까 세계 정상급 투수가 된 것"이라며 "'노력을 많이 하고 공을 이렇게 던지니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게 느껴지고 캐치볼만 해봐도 가볍게 던져지는데도 변화구를 보면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래서 타자들이 못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상대팀도 경계에 나섰다. 지난해 우승팀이자 류현진의 개막전 상대로 유력한 LG의 염경엽(56) 감독은 "우리가 계산한 것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합류하면서 한화는 4강은 물론, 우승 후보로도 볼 수 있다. 우리와 KT, KIA, 그리고 한화까지 네 팀 중 변수들을 잘 해결하면서 나가는 팀이 1등을 할 것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전체적인 구성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어떤 부상이나 슬럼프 등의 변수를 잘 헤쳐 나가는 팀이 1등을 차지할 것이다. 야구는 모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류현진의 KBO 리그 시절 천적(상대 전적 58타수 21안타(타율 0.362) 4홈런)이었던 최정(37·SSG 랜더스) 역시 "딱히 드릴 말은 없다. 그냥 조금 두렵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상대 전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가 (류)현진이 상대로 잘하던 걸 계속 이어나가면 팀을 위해서 더 좋을 거라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KBO리그 시절 상대하던 때와) 차원이 다르게 공이 더 좋아졌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잘했던 선수니까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한 것도 있다"면서도 "제일 좋은 건 안 만나는 것이다. 솔직히 만나기 싫다. (잘하는 투수를) 누가 만나고 싶어 하겠나"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