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노쇼 → 중국 폭발 → 아르헨에 보복…메시 급히 해명 "부상 때문에 결장, 中 방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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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홍콩 노쇼'를 직접 사과했다.
메시는 20일 중국 플랫폼 웨이보를 통해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 사유는 이달 초 인터 마이애미의 프리시즌 투어 차 홍콩을 방문해 올스타팀과 친선 경기를 펼치는 일정에 불참한 데 있다. 메시는 영상을 통해 "진실을 전하고자 영상을 찍기로 했다"며 "그날 경기에 불참한 게 정치적인 이유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커리어를 시작하고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메시는 부상을 걱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주 전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내전근에 부상이 있었다. 홍콩을 방문하기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펼친 경기 도중 허벅지 상태가 안 좋아졌다"면서 "홍콩에서도 공개 훈련에 나서며 최선을 다했지만 불편함을 겪었다. 그 뒤 상황이 좋아져서 일본 투어 경기에서는 뛸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메시는 정치적인 이유로 불참한 것을 배제하면서 "언제나처럼 중국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나는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소속으로 중국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었다. 다음에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라고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메시는 지난 5일 홍콩 올스타와 예정됐던 친선전에서 벤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4만 석 규모의 홍콩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홍콩 팬들은 메시가 출전할 낌새를 보이지 않자 격양된 분위기를 보였다. 후반 막바지에는 "환불, 환불"이라는 외침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은 메시의 출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고가의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가장 저렴한 좌석이 880 홍콩달러(약 15만 원)였고, 최고가는 4,880 홍콩달러(약 83만 원)에 달했다. 그마저도 지난해 12월 티켓 판매가 오픈되고 1시간에 매진돼 메시를 향한 뜨거운 인기를 잘 보여줬다.
팬들은 벤치에 앉은 메시를 보기 위해 이 돈을 지불한 게 아니다. 홍콩 정부도 들고 일어났다. 이번 친선 경기를 위해 홍콩 정부는 이례적으로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1500만 홍콩달러(약 25억원)를 주최사인 태틀러 아시아에 지원할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경기장 사용 보조금으로도 100만 홍콩달러(약 1억7000만원)을 냈다.
문제는 메시가 홍콩을 떠나 일본에서는 그라운드를 밟았다는 것. 일본을 방문해 비셀 고베와 친선전을 계획한 가운데 메시는 경기 전부터 공식 행사에 얼굴을 비췄다. 메시는 일본에 방문해 "홍콩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기를 뛰다 다쳤다. 어떻게 해서든 뛰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검사 결과 부상이 확인됐다. 의료진이 출전을 막았다"며 "난 홍콩에서 뛰고 싶었다. 조만간 다시 홍콩에서 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홍콩 팬들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홍콩인들은 메시가 일본에서 뛸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주장했다. 홍콩 팬들이 올린 SNS 반응을 보면 '수아레스, 마르티노, 데이비드 베컴 등이 불참한 기자회견에 메시는 참석했다', '메시가 일본에서는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홍콩에서는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표정도 싸늘했다', '홍콩은 물론 중국도 메시가 고베와의 경기에 출전할지 예의주시할 것' 등으로 쌍심지를 켠 모습을 보여줬다.
메시가 일본에서는 뛰었다. 고베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메시는 후반 15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날 공개 훈련에서도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던 메시는 허벅지 부상 우려에도 30여분을 강도 높게 움직였다. 대신 관심도는 적었다. 이날 경기가 열린 도쿄 국립경기장은 6만석 규모다. 그러나 절반도 차지 않았다. 메시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 팬들의 관심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킥오프 후에도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고 메시도 선발 출전하지 않아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메시가 출전하자 움직임 하나하나에 뜨겁게 반응했다. 메시도 특유의 패스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줬고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아쉽게도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으나 메시 출전에 인터 마이애미의 일본 투어는 환호 속에 마무리됐다.
같은 시간 중화권은 난리가 났다. 중국 '둥팡체육일보'는 "메시가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경기에 출전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런 행동으로 홍콩 팬들에게 불을 지폈다. 홍콩인들은 SNS에 불만을 표출했다. 일부는 메시를 공격하는 수위가 강했다"고 전했다.
메시의 출전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홍콩 팬들은 워밍업을 할 때부터 비판을 가했다. 여전히 환불을 요구하는 문구가 SNS를 도배했고 '메시 대체 왜 이러는지 설명을 해달라'며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둥풍체육일보는 "메시는 일본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플레이했다. 훈련도 열심히 했다"며 "꼭 메시가 일본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질투심까지 드러냈다.
홍콩 정부도 나섰다. 메시가 출전하지 않은 당일에도 "행사 주최자는 메시 결장에 대해 팬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정부와 팬들은 행사 주최 측에 상당히 실망했다"며 "스포츠이벤트위원회는 메시가 뛰지 않은 만큼 행사 추최 측의 후원금 공제와 관련해서도 후속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태틀러 아시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메시가 일본에서 출전하자 또 다시 "시민들은 메시의 결장과 일본에서의 출전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많다. 주최 측과 인터 마이애미는 하루라도 빨리 홍콩 시민들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하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홍콩전 대회 주최측인 태틀러 아시아가 메시와 인터 마이애미를 비판하며 존중 부족을 지적했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경기가 큰 슬픔이 되었다. 세계적인 축구를 홍콩으로 가져오기 위해 피와 땀을 쏟았다. 그러나 실망하고 말았다"라며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와 호르디 알바, 세르히오 부스케츠, 루이스 수아레스 등 모든 선수가 부상을 입지 않은 한 45분간 뛰도록 계약했다. 하지만 메시와 수아레스는 부상으로 뛸 수 없다고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부상은 경기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를 화나게 한 건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존중심의 부족이었다. 메시가 경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는 구단 관계자들에게 출전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혀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이후 메시와 수아레스가 일본전에 뛰었다는 사실이 더욱 뼈아팠다"라고 덧붙였다.
급기야 아르헨티나의 A매치에도 악영향이 끼쳤다. 중국축구협회는 10일 "아르헨티나가 중국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펼치기로 했으나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당초 3월 18일 항저우에서 나이지리아, 26일 베이징에서 코트디부아르와 경기하며 중국 팬들과 만날 예정이었는데 메시 노쇼에 중국도 크게 화를 내며 취소했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급하게 3월 A매치 장소를 미국으로 변경했고, 코트디부아르가 아닌 엘살바도르로 상대가 달라졌다. 코트디부아르는 최근 막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팀이라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좋은 전력의 상대를 만날 수 있었지만 중국 개최가 불발되면서 엘살바도르로 평가전 의미가 축소됐다.
그러자 메시도 중국 팬들에게 다시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 글로벌 매체 'CNN'에 따르면 메시의 해명 영상은 불과 1시간 만에 2만 개가 넘는 댓글과 20만 개의 좋아요가 달릴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메시가 중국에 애정을 다시 들어내면서 사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지만 일부는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라고 여전히 쌍심지를 켜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