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세우면 5마일 더 나온다”라는 말은 아직…KIA 외인 1선발 148km까지 쭉쭉, 이의리·윤영철 보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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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세우면 5마일 더 나온다.”
KIA 타이거즈 1선발 윌 크로우(30)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불펜 투구를 실시했다. 당시 패스트볼 최고 143km까지 나왔다. 정재훈 투수코치가 스피드가 좀 더 올라오면 좋겠다고 하자, 크로우는 웃으며 위와 같이 얘기했다.
그때 크로우는 17일 라이브피칭을 실시한다고 예고했다. 실제 이날 33개의 공을 던졌다. 포심, 투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스위퍼를 고루 던졌다. 최고구속은 148km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타자를 세우면 5마일(약 8km) 더 나온다는 말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최소 150km를 찍을 것이라는 호언장담이었지만 일단 실패한 셈이다. 그러나 라이브피칭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고, 오키나와 연습경기 시리즈에 맞춰 컨디션을 계속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음 등판에선 결국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킬 게 유력하다.
크로우는 구단을 통해 “준비한 대로 잘 던져 만족스럽다. 마운드에서 투구 리듬과 메카닉에 중점을 두었고, 구종별 릴리스포인트에 집중하며 던졌다”며 “지금은 단계적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시즌 개막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그런 크로우는 캔버라에서 ‘크로우 스쿨’을 개강했다. 자신의 투구 일정이 끝나도 불펜을 떠나지 않고 국내 투수들의 투구를 지켜봐 눈길을 모았다. 특히 이의리와 윤영철의 투구에 눈빛을 반짝거렸다. 이의리를 두고 “천부적 재능을 가졌다. 대성할 것”이라고 했다. 윤영철에겐 “환상적인 커맨드”라고 했다.
이의리와 윤영철은 같은 좌완이지만, 스타일은 정반대다. 이의리는 파워피처이고 윤영철은 피네스피처다. 리그 최고 수준의 잠재력을 가진 영건들이다. 크로우는 두 사람의 불펜을 지켜보며 “스타일이 정 반대인 두 사람을 보는 게 행복하다”라고 했다.
크로우는 이의리와 윤영철을 붙잡고 수 차례 조언을 했다. 단순한 칭찬에서 끝난 게 아니라 디테일한 강의에 가까웠다. 이의리에겐 유인구도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떨어뜨리라고 했고, 윤영철에겐 피치 디자인에 대해 얘기했다. 물론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와의 피드백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등 지도자의 영역을 철저히 지킨다.
그만큼 KBO리그와 KIA에 적응하려는 자세가 좋다. 친화력이 상당히 좋은 제임스 네일 정도는 아니더라도, 크로우가 메이저리그 10승 출신 투수라는 스펙을 내려놓고 KIA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실력마저 압도적이라면, KIA는 대권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구위형인데다 스위퍼까지 준비할 정도로 다양한 구종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