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강제로 간다" 망언 日 구보, 허벅지 다쳤다…일본 초비상, 대표팀 와서도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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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구보는 지난 3일 알라베스와 펼친 2023-2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9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교체됐다.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후반 48분까지 뛰고 교체된 구보가 몸상태에 이상을 호소했다.
결국 소시에다드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구보가 알라베스전에서 왼쪽 허벅지 대퇴사두근에 부상을 입었다. 물리치료를 시작했고, 앞으로 일본 대표팀에 합류하고도 치료를 계속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언론 '아스'는 "구보는 아마도 베트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에 맞춰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구보가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도 경기 도중 갈비뼈에 큰 충격을 받아 부상 조짐에 마음고생을 했다. 다행히 뼈 골절은 피했어도 상당한 우려를 안기기도 했다. 겨울 휴식기를 거쳐 후반기 첫 경기를 소화한 구보는 예상치 못한 허벅지 통증으로 또 다시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둔 일본 대표팀에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구보는 현재 유망주에서 벗어나 일본 축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유소년 시절 바르셀로나 아카데미에서 성장해 큰 관심을 끌었던 구보는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로 더는 바르셀로나에서 뛸 수 없자 일본으로 돌아가 FC도쿄와 계약하며 출전 기회를 유지했다.
이후 도쿄에서 성인 무대에 데뷔했고, 2019년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해 또 한 번의 화제를 모았다. 어린 시절 성장한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클럽이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뛸 기회가 없었다. 헤타페, 비야레알, 마요르카 등 임대를 전전하다 지난해 여름 소시에다드로 완전 이적했다.
지난 시즌부터 소시에다드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입단 첫해에 9골 5도움을 기록해 확고한 입지를 굳힌 구보는 이번 시즌에도 벌써 6골 4도움으로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자원이 됐다. 다시 빅클럽의 눈길을 끌기 시작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안토니를 대체할 측면 자원으로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층 무르익은 구보의 기량으로 시장 가치도 치솟았다. 축구 선수들의 가치를 주로 다루는 '트랜스퍼마르크트'는 지난해 12월 아시아 선수들의 몸값을 업데이트하며 구보를 전체 1위에 뒀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빅클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가 아닌 구보의 몸값을 6,000만 유로(약 863억 원)로 추정하며 가장 높게 평가했다.
그만큼 유망한 구보이기에 아시안컵을 앞두고 일본이 가장 기대하는 카드였다. 구보는 대표팀에서 활약도 상당했다. 지난해 엘살바도르, 시리아전 득점을 포함해 총 2골 6도움을 기록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구보의 기량에 만족감을 표하며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포함했다.
이 과정에서 구보가 아시안컵에 강제로 출전한다는 뉘앙스를 내비쳐 대중의 싸늘한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최근 구보는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를 통해 "아시안컵이 시즌 도중에 개최되는 것이 유감이다. 내게 월급을 주는 팀은 소시에다드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리그 중에 이러한 토너먼트(아시안컵)에 참가해야 한다. 강제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물론 구보는 "소시에다드에는 유감스런 일이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게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는 했으나 일본내 반응은 대표팀 참가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에 실망하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부상까지 달고 대표팀에 합류하니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가뜩이나 일본은 측면 공격의 핵심인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 미토마는 2021년 일본 J리그를 떠나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브라이튼 입단 초기에는 벨기에 무대로 임대 이적하며 유럽 적응에 시간을 할애했던 미토마는 지난 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고 있다.
특히 드리블에 강점을 보이는 미토마는 측면에서 화려한 돌파를 통해 41경기 10골 8도움을 기록하며 빅클럽이 노리는 레벨로 올라섰다. 이런 활약으로 지난 10월 브라이튼과 4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번 시즌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공격포인트를 연속해서 쌓아 나가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9월 25일 본머스전 득점을 끝으로 골 소식이 멈췄다. 이날 크리스탈 팰리스전까지 17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져있다.
슬럼프 속에 연말에 발목 부상까지 당해 아시안컵 출전이 불투명해 보였다. 그러나 모리야스 감독은 미토마를 발탁했고 "조별리그 1차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부상에서 잘 회복하고 있어 선발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선택에 브라이튼 데 제르비 감독은 "미토마 차출에 정말 놀랐다. 미토마는 회복까지 4주에서 6주가 필요하다고 전달 받았다. 아시안컵에 출전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미토마가 일본 대표팀에서 뛸 수 있다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러울 것 같다"라고 놀랄 정도다.
미토마가 사실상 대회 막바지에나 전력에 가담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속에 구보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던 게 사실인데 허벅지를 다쳤으니 여러모로 악재가 겹치고 있다. 구보와 미토마가 빠지면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평가의 일본이라 할지라도 공격력에 힘이 빠지는 건 불가피하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일본은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해 6월 엘살바도르를 6-0으로 이긴 걸 시작으로 페루(4-1), 독일(4-1), 튀르키예(4-2), 캐나다(4-1), 튀니지(2-0), 미얀마(5-0), 시리아(5-0), 태국(5-0)까지 모두 이기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A매치 9연승의 신기록을 썼다.
약팀만 이긴 것도 아니다. 9연승 가운데 독일과 튀르키예는 유럽으로 원정을 떠나 큰 점수 차이로 이겨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특히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일본에 연거푸 패한 독일은 한지 플릭 감독을 곧바로 경질하는 충격에 빠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의 성공적인 아시안컵 준비에 들뜬 골닷컴 일본판은 "유럽 원정에서 독일과 튀르키예를 편안하게 꺾었다"고 확 달라진 경기력에 만족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독일과 튀르키예 2연전에 이원화를 시도하고도 똑같이 대승을 완성한 점에 자신감이 많이 붙은 모습이다.
이를 앞세워 2024년 새해 첫날 아시안컵 출정식 개념으로 태국을 홈으로 불러들인 일본은 후반에만 5골을 퍼부으며 대승을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를 본격 상대한 지난해 11월부터 3경기 연속 5-0 승리를 챙겨 이번 아시안컵에 대한 자신감을 잘 보여줬다. 라이벌 일본의 승승장구를 보며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일본은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노린다. 1992년 처음 아시안컵 정상에 올랐던 일본은 2000년, 2004년, 2011년 우승으로 대회 최다 우승국이다. 직전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도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도 구보를 앞세워 13년 만의 우승을 기대한다. 아시아 정상에 오른지 꽤 오래 지났기에 일본 역시 적기로 판단하는 시점에서 구보의 망언에 이은 부상 소식은 분위기를 흐트리는 대목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