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으르렁… ‘농구판 앙숙’ 올스타전서 또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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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4일 열리는 한국농구연맹(KBL) 올스타전 팀 명단이 20일 발표됐다. 가장 관심이 쏠린 건 리그 최고 스타 허웅(30·KCC), 허훈(28·KT)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이관희(35·LG)와 이정현(36·삼성)이 같은 팀에서 뛰는지였다.
둘은 몇 년 동안 서로 미워해 온 KBL 대표적인 앙숙이다. 지난 4시즌 내내 나란히 올스타전에 뽑혔지만 한 번도 같은 팀이 된 적 없었다. 득표 1, 2위 선수가 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눈치껏 두 선수를 각기 다른 팀에 배정한 것이다. 올 시즌은 리그 1위 김주성 원주 DB 감독, 2위 조상현 창원 LG 감독이 선수단 구성에 나선 탓에 다른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둘은 역시 다른 팀에 뽑혔다.
선수와 감독이 전부 조심할 만큼 둘의 사이는 좋지 않다. 이관희는 선배인 이정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선수’라고 부른다. 이정현은 이관희를 언급조차 않는다. 경기에서는 맞붙을 때마다 으르렁거린다. 둘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조명받은 것도 2017년 KBL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었다. 당시 서울 삼성 소속이었던 이관희가 안양 KGC 이정현의 팔에 밀려 넘어졌고, 이관희가 곧바로 일어나면서 팔꿈치로 이정현의 가슴을 세게 밀었다. 이관희가 즉시 퇴장당하면서 둘의 불편한 관계가 알려지게 됐다. 그 뒤로도 둘은 만날 때마다 서로 욕을 주고받고, 잡아끌고, 패대기치는 등 몸과 마음으로 신경전을 펼친다.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 17일 경기에서도 눈을 부라리며 전력을 다해 막아섰다.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둘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련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1년 차 농구 선후배인 둘은 연세대에서 3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됐다. 당시에는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에서는 각기 다른 팀에서 뛰다가 다시 상무에서 1년을 함께했다. 함께 지내던 중 사이가 틀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이유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간다. ‘이정현이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관희를 괴롭혔다’ ‘이관희가 이정현에게 늘 대들었다’ ‘둘 사이 이성 문제다’ 등이다. 하지만 전부 정확하지 않다. 은희석 서울 삼성 감독은 지난 시즌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두 선수에게 직접 조사한 바로는 전혀 개인적 감정은 아니다”라며 “서로 발전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두 선수가 엉킬 때마다 심판진은 경기를 4~5분가량 중단하고 비디오 판독을 거친다. 잘잘못을 가려 반칙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KBL 관계자는 “갈등이 길어지며 피로감을 느낀다는 지적을 알고 있다”며 “두 선수가 스포츠맨십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