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폭발한 SSG 더거 부진+태도, 퇴출 1호 불명예 쓰나..."심사숙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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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때 선수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근데 더거는 (거취를) 심사숙고하고 있다."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이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시즌 초반이지만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선수를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더거는 지난 2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⅔이닝 9피안타 2탈삼진 7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SSG가 타선 폭발 속에 12-7 역전승을 거두면서 패전투수가 되는 건 모면했지만 투구 내용은 최악이었다. 볼넷은 없었지만 타구 대부분이 롯데 타자들 배트 중심에 맞아 나갔다.
더거는 SSG전 교체 과정에서 배영수 투수코치에게 불만이 가득한 제스처를 보인 부분도 TV 중계 화면에 잡혔다. 벤치의 지시에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이튿날 더거가 투수교체를 못 마땅해 한 것 같은 표현을 한 부분에 "노코멘트 하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더거를 감싸주던 이전과는 다르게 "앞으로 (더거 거취를) 심사숙고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숭용 감독은 "뭐가 됐든 이제 더거에 대해 더 냉정하게 판단을 하고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투수파트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과 얘기하고 있다. 내가 더 고민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SSG는 지난해 11월 총액 90만 달러(약 12억 3000만 원)에 더거를 영입했다. 몸값과 커리어를 놓고 보면 1~2선발의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였다.
더거는 미국 애리조나주 출신이다. 텍사스 공과대학교를 졸업 후, 2016년 18라운드(전체 537순위)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이듬해부터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출장해 경험을 쌓았다. 2019년 메이저리그에 처음으로 데뷔하여 빅리그 통산 27경기(13선발) 86⅔이닝 67탈삼진을 기록했다. 2023시즌에는 트리플A 퍼시픽리그에서 평균자책점 4.31과 탈삼진 143개를 기록하며 각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SSG는 더거와 계약 직후 "최고 150km/h의 힘있는 패스트볼을 구사하며, 특히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완성도 있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며 "또한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풍부한 선발 경험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춰 큰 약점이 없는 완성형 선발 투수로 판단해 이번 계약을 결정했다"고 더거를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더거는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6경기에서 22⅔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2.71로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2.07, 피안타율을 0.366에 달한다. 퀄리티 스타트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더거는 지난 18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5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반등에 성공한 듯했지만 24일 롯데전 부진으로 SSG에게 큰 고민을 안겨줬다.
SSG는 정규시즌 개막 후 선발진의 팀 평균자책점이 6.44로 10개 구단 중 꼴찌다. 리그 평균 4.67과도 차이가 크다. 더거의 부진이 팀 평균을 깎아 먹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숭용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이상하게 더거가 등판하는 날은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고 게임이 매끄럽게 진행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도 "어찌 됐든 투수는 막아야 할 때 막아줘야 야수들한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더거는 2군에서 재조정을 거치는 것을 포함해서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계획을 전했다.
또 "나는 고민은 할 때 심사숙고하지만 결정을 내리면 뒤도 안 돌아본다. 직진하는 성격이다"라며 "내가 인터뷰 때 선수를 안 좋게 얘기한 적이 없다. 다 옹호해 주고 감독이 선수를 믿는 것도 맞다. 선수들에게 좋은 소리를 해주면서 응원 해주는 게 내 역할인데 판단은 냉정하게 해야 한다. 더거는 이제부터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