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이주형은 ‘복덩이’, 형 이주찬은 간절함으로 잡아낸 기회…KBO리그에 ‘이씨 형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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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는 형제 선수들이 많다. 현재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SSG 최정과 롯데 최항, 롯데 박세웅과 KT 박세진 등이 있다.
올시즌에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씨 형제’들이 뜨고 있다. ‘형’ 내야수 이주찬(26·롯데)과 ‘동생’ 외야수 이주형(23·키움)이 주인공이다.
먼저 1군에 이름을 알린건 이주형이었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13순위에서 LG의 지명을 받은 이주형은 촉망받는 외야수였다.
이주형이 본격 주목을 받게 된 건 지난해 LG와 키움이 트레이드를 하면서 선수들을 주고받으면서부터다. 키움은 10승이 보장되는 선발 투수 최원태를 LG에 내주고 외야수 이주형을 데려오면서 사실상 ‘리빌딩’ 시즌에 들어갔다. 주축 타자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이 부문에 대한 공백을 메우는 것과 동시에 미래를 바라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이주형은 ‘포스트 이정후’로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해 69경기에서 타율 0.326 6홈런 36타점으로 미국으로 떠난 이정후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반면 형 이주찬이 이름을 알리는 과정은 다소 더뎠다. 경남고를 졸업한 이주찬은 신인 지명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고 2021년 육성 선수로 롯데에 둥지를 틀었다. 2021년 1군에서 단 3경기를 뛰었는데 7타수 5삼진 무안타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였고 그 해 시즌을 마치고 현역으로 입대했다.
제대 후 첫 시즌인 2023년은 퓨처스리그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42경기에서 타율 0.301 3홈런 18타점으로 기회가 오기만을 바랐다.
이랬던 형제는 올해 개막을 맞이하면서 잠시 희비가 갈렸다. 이주형은 스프링캠프에서 입은 부상 여파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주찬은 김태형 롯데 감독의 눈에 들어 올시즌 첫 경기부터 기회를 받았다. 한동희가 부상으로 빠졌고 우타 자원이 지극히 부족했던 환경이 이주형에게는 기회를 얻기 된 발판이 됐다. 지난해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마무리캠프에서 간절한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이 김 감독의 눈에 들었다.
그러다 이주형이 부상을 털고 지난 2일 삼성전에서 복귀전을 치르면서 형제가 모두 1군 무대에 함께 자리했다.
지난 7일에는 각자 소속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이주형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초 2사 때 한화 채은성의 타구를 끝까지 달려가서 잡아냈다. 연장 10회 실점을 막은 키움은 연장 11회 김혜성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7연승 질주를 이어갔다.
같은 날 이주찬은 기나긴 승부의 방점을 찍었다. 사직 두산전에서 6-6으로 맞선 10회말 2사 2루의 찬스에서 대타로 나섰다. 이주찬은 두산 김호준의 5구째 포크볼을 공략해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쳤고 2루에 있던 손호영을 불러들여 경기를 끝냈다.
두 명 모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활약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키움 주장 김혜성은 이주형을 ‘복덩이’라고 칭했다. 김혜성은 “주형이가 오고 연승이 이어지고 있는데 ‘복덩이’다”라고 했다.
이날 이주형이 10회말 안타를 치고 3루까지 노리다가 아웃된 상황에 대해서도 두둔했다. 김혜성은 “나였어도 뛰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개인 욕심이 아니라 점수가 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조건 뛰었을 것 같다. 멋진 판단이었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주찬은 드디어 그간 흘린 땀의 결실이 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이주찬은 간절함이 있는 선수”라며 “원래 수비가 강점이었는데 타격까지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형제’가 한 야구장에서 뛸 날도 머지 않았다. 롯데와 키움은 12~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이날 ‘이씨 형제’의 자존심 대결도 볼거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