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득점 선두 이상헌의 두 은인…“윤정환 감독님과 (이)승우에게 보답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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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도 주전 경쟁에 밀리며 4부리그 무대를 전전했던 한 선수가 불과 6개월 뒤 K리그1 득점 선두를 달리게 되는 이야기.
드라마로 만들어도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질 만한 스토리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에서 믿기 힘든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강원의 이상헌이다. 개막 후 6경기에서 7골로 K리그1 득점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이상헌.
그러나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이상헌은 2부리그 부산의, 그것도 팀의 2군 소속으로 K4리그 운동장을 누비던 소위 말하는 '한물간 유망주'였다.
2부리그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며 프로 선수 인생 벼랑 끝에 몰린 이상헌에게 기적처럼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강원 윤정환 감독이 기적처럼 손을 내민 것이다.
윤정환 감독은 울산 사령탑 시절부터 당시 울산 현대고 소속의 이상헌을 눈여겨봐 왔다. 1군 훈련에도 부를 만큼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지만, 울산 사령탑에서 물러나며 이상헌과의 인연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정협의 이적으로 공격수 보강이 필요했던 윤정환 감독에게 방황하던 이상헌의 소식이 들려왔다. 고등학생에서 어느덧 27살이 된 이상헌과 윤정환 감독은 그렇게 8년 여 만에 재회했다.
윤정환 감독의 끊임없는 칭찬과 믿음 속에 절치부심한 이상헌은 동계 훈련을 거치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윤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듯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선 이상헌은 단 35초 만에 골 맛을 보며 돌풍을 예고했다.
2라운드, 4라운드, 5라운드, 6라운드까지 이상헌은 매 경기 소나기골을 퍼부으며 개막 한 달 만에 7골을 몰아쳤고 현재 K리그1 득점 순위표 가장 높은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정환 감독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존재예요. 싫은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으시고 힘을 주고 계세요. 감독님이 고등학생 때부터 저를 정말 아껴주셨거든요. 늘 만족하지 않고 성실히 또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손을 한 번 더 내밀어 주신 것 같습니다. 강원에서 다시 만나고 감독님께서 '우리 8년 만이지?' 라고 말하시면서 '자신감 가지고 다시 잘 해보자!'라고 해주셨어요. 감독님이 공격포인트 10개 이상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꼭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이상헌에게는 또 한 명의 은인이 있다. 바로 수원FC의 이승우.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함께 발을 맞춘 동갑내기 둘은 매일 연락을 주고 받을 만큼 절친 사이다.
최근 이상헌의 활약이 이어질 때마다 이승우는 자신의 SNS에 친구의 골 소식을 전하며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승우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알게 된 오랜 친구 사이에요. 어릴 때부터 매일 연락했거든요.
제가 상승세를 타는 것도 다 승우 덕분이에요. 올해는 처음으로 비시즌도 같이 운동했는데 그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승우 팬이에요.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승우가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더 치고 올라가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고마운 존재고, 승우랑 저랑 둘 다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어요."
이상헌은 친구 이승우의 영향을 받아 세리머니도 욕심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은 지난 전북전 멀티 골을 완성하고 FC서울 린가드의 '피리 세리머니'를 따라 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팬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재미있는 세리머니 더 연구해 보겠습니다. 승우는 못 따라가겠지만, 친구 세리머니도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어린이날이 승우랑 첫 맞대결인데 기대해주세요."
험난한 8년간의 프로인생을 묵묵히 버틸 수 있던 힘은 윤정환 감독과 친구 이승우의 끊임없는 지지라고 말하는 이상헌. 자신의 프로 인생 첫 전성기를 안겨준 두 은인을 위해서라도 이상헌은 오늘도 자만하지 않고 성실히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