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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도 前 삼성 투수에 "흥분했다" 극찬… 2395일 만의 감격 복귀, "믿으면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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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는 17일(한국시간) 또 하나의 부상 선수 소식에 한숨을 지어야 했다. 선발 자원으로 분류하는 타일러 웰스가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미 카일 브래디시, 존 민스가 부상자 명단에 있는 상황에서 마땅히 불펜데이를 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대체 선발을 몇 경기 책임져줘야 했다.


볼티모어의 선택은 시범경기에서 나름 인상적인 활약을 해 개막 로스터 진입 경쟁을 벌였다가 트리플A에 내려가 있던 알버트 수아레즈(35)였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삼성에서 활약했던 수아레즈는 지난해 9월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타진하고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나름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개막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한 수아레즈는 팀을 떠나지 않고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회가 다시 왔다. 볼티모어는 18일 미네소타와 경기에 수아레즈를 선발로 투입하며 극적인 복귀전이 완성됐다.


수아레즈는 2016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22경기 중 12경기를 선발로 뛰었던 선수였다. 그러나 2017년에는 불펜에서 18경기를 뛰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 이후로는 메이저리그의 문을 돌파하지 못했고, 그래서 일본과 한국이라는 동양 리그에서 자신의 프로 경력을 이어 갔다. 수아레즈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등판은 2017년 9월 27일로 이날 2395일 만에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선발로는 2016년 9월 24일 이후 첫 등판이었다.


많은 것을 바란 건 아니었다. 5이닝 정도를 먹어주면 최선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아레즈는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투구를 하며 30대 중반에 이뤄낸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수아레즈는 이날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무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볼티모어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비록 불펜 난조도 승리투수 요건은 날아갔지만, 팀의 4-2 승리에 크게 공헌하며 향후 입지를 든든하게 했다.


수아레즈는 이날 최고 97.8마일(약 157.4㎞)의 강속구를 던지며 미네소타 에이스 파블로 로페즈와 승부를 대등하게 끌어갔다. 전체 투구의 63%가 패스트볼일 정도로 힘으로 밀어붙였고, 실제 공에 힘도 있었다. 여기에 평균 88마일(141.6㎞) 수준의 커터와 체인지업·커브를 섞어 미네소타 타선을 꽁꽁 묶었다.


1회 출발이 너무 좋았다. 수아레스는 피해가지 않고 당당하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1회 에두아르도 줄리엔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라이언 제퍼스를 2루수 뜬공으로, 바이런 벅스턴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1회 투구 수는 9개였는데 모두 패스트볼이었다. 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쳤다.


2회에는 1사 후 호세 미란다에게 2루타를 맞기는 했으나 역시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두 명의 타자를 범타로 요리하고 무실점으로 2회를 마쳤다. 수아레즈에 대한 볼티모어의 기대치가 올라가기 시작한 장면이다. 3회에도 카일 파머와 에두아드로 줄리엔을 각각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면서 볼티모어는 이날 경기 최악의 수에서 벗어났다. 수아레즈는 4회 2사 후 알렉 키릴로프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호세 미란다를 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또 위기에서 탈출했다.


투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이닝 중 하나인 5회도 실점 없이 넘어간 수아레즈는 6회 들어 힘이 다소 떨어진 듯 흔들렸지만, 이미 볼티모어는 불펜 투수들이 모두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아레즈는 1-0으로 앞선 6회 2사 후 자신의 임무를 모두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완벽한 메이저리그 복귀전이었다. 볼티모어는 불펜이 수아레스의 승리 요건을 날리기는 했으나 7회말 동점을 만든 것에 이어 9회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마지막에 웃었다.


홈팬들도 수아레즈에 큰 박수를 친 가운데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이드 감독은 경기 후 첫 불펜 피칭을 진행할 당시부터 수아레즈의 구위가 좋아 보였다면서 코칭스태프가 그의 공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한 뒤 "여러분들은 그가 살아 있는 패스트볼을 던졌다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스트라이크를 위해 던진 부가적인 면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그것에 흥분했다"며 수아레즈를 팀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치켜세웠다.


흥분되는 메이저리그 복귀전이었지만 수아레즈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수아레즈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것이 이날의 감격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수아레즈는 "처음 (메이저리그에) 콜업됐을 때보다 오늘 이 순간을 더 즐겼던 것 같다"고 했다. 생존의 걱정을 했던 어린 시절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뒤 메이저리그에서 즐기자는 목표를 세우고 올라온 수아레즈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던 셈이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은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아레즈는 "이곳(메이저리그)에 온 것이 놀랍고 또 기분이 좋다. 그것(메이저리그 콜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열심히 하고, 또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현실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아레즈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동양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메이저리그 재진입의 마지막 도전에 나섰으며, KBO리그 구단들의 일부 러브콜도 외면한 채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그 결과 값진 성과로 메이저리그 잔류 희망도 밝힐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경기 후 '비록 수아레즈가 올해 트리플A 시즌 혹은 봄 캠프에서 인상적인 통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의 압도적인 포심패스트볼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수아레즈는 빅리그를 떠나 있는 동안 구질을 개조했고, 그것은 현재 시속 95-97마일 범위에 있다'면서 '수아레즈는 이날 75개의 공(스트라이크 50개) 중 47개를 포심으로 던지며 11번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포심으로 11개 이상의 헛스윙을 기록한 건 14번째로, 2021년 5월 30일 화이트삭스전에서 키건 아킨이 12개를 기록한 뒤 오리올스 투수로는 처음'이라고 놀라워했다. 수아레즈가 두 번째 등판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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