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못 지켰는데 '졌잘싸'인 이유…대전고 돌풍 목동에서 멈췄다 "못 나오는 투수들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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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초까지 10-0, 3점을 줘도 아웃카운트 3개면 콜드게임으로 이길 수 있던 경기를 놓쳤다. 그래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대전고등학교가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선수들을 무리시키는 대신 새 얼굴 발탁을 택했다. 결과는 연장 10회 끝내기 패배였지만 얻은 것이 있었다.
대전고는 1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경북고와 8강전에서 10-11로 연장 10회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7회초까지는 10-0으로 앞서던 경기였는데 7회말 수비에서 8점을 내주면서 분위기가 흔들렸다.
구원 등판한 투수들이 버텨봤지만 9회말 2사 후 동점을 허용해 경기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에서는 만루에서 허무한 초구 몸에 맞는 공으로 경기가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아쉬운 마음에 더그아웃에 남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대전고 김의수 감독은 경기 내내 선수들을 다그치기보다 격려하면서 연장 승부를 펼쳐왔다. 김면중 교감은 경기 후 도열한 선수들을 한 명씩 안아주면서 다독였다. 패배에 아쉬워하기 보다 어려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승부를 펼친 선수들의 마음을 더 생각하는 듯했다.
대전고는 8강전을 앞두고 좌완 에이스 김현재를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김현재는 16일 열린 충암고와 16강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97구를 던져 투구 수 제한에 걸린 상태였다. 8강전은 물론이고 여기서 이겼더라도 4강전까지 나설 수 없었다. 15일 열릴 예정이던 경기가 하루 뒤로 밀리면서 2경기를 놓친 셈이었다. 그래도 김의수 감독과 대전고 코치진은 나머지 투수들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대전고 선발 배정호는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연규빈은 6회 남은 아웃카운트 2개를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그런데 10-0으로 점수 차가 벌어져 콜드게임을 노릴 수 있었던 7회말 수비에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연규빈의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경북고의 직구 노림수가 적중하기 시작했다. 대전고는 경북고에게 7회말에만 8점을 내줬다.
16강 충암고와 경기에서 5-4, 1점 차 리드를 지켰던 1학년 투수 윤상현이 급한 불을 끄러 올라왔지만 경북고의 기세를 끊지 못했다. 1사 후 또다른 1학년 투수 김민제가 올라와 포수 이민규의 도루자지와 땅볼 유도로 2점 리드를 유지했다.
불펜에서 다른 선수들이 몸을 푸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끝까지 투수 교체는 없었다. 김의수 감독은 투수들의 건강을 먼저 생각했다. 원래 등판을 계획했던 원투펀치 오기석이 끝내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봄부터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 무리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주말리그와 이마트배 모두 등판 기록이 없던 1학년 김민제가 계속해서 마운드를 지켜야 했던 배경이다. 김민제의 49번째 공이 끝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이어졌다.
김의수 감독은 경기 후 "몸이 올라오지 않은 투수들이 있어 1학년 위주로 경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대전고는 2번타순에 1학년 오라온을 배치하는 등 1, 2학년 선수들을 주저하지 않고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경북고 또한 자신들의 강점인 두꺼운 선수층을 활용해 버티기에 성공했다. 전미르(롯데 자이언츠)의 졸업 후 팀 색깔이 '벌떼 야구'로 바뀌었다. 경북고 이준호 감독은 16강전까지 투수 로테이션을 확실하게 지켜가며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쌓았다. 80구 이상 던진 투수는 한 명도 없었고 60구 이상 던진 투수는 3명에 불과했다. 8강전 역시 투수 7명을 기용하며 경기 후반을 기약하는 운영을 펼쳤다. 60구 이상 던진 선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