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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 지나야 찍혀"…개막 전부터 알았는데 못 고쳤다, 'ABS 무결점' 너무 자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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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는 시범경기 시작과 함께 야구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볼카운트나 경기 상황에 따른 심판의 심리적인 편향이 드러나지 않게 됐고, 모든 팀이 모두 같은 기준으로 판정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했다. 현장의 의견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공평하다'는 점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직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는 기술이다. KBO는 지난달 7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ABS와 피치클락 등 2024년 새로 도입된 규칙과 규정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한 KBO 관계자는 "애정 어린 시선을 부탁드린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1군 경기 전면 실행에서 어떤 문제점이 드러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팬들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나타나면서 ABS는 KBO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현장에서 조금씩 의문이 제기됐다. 구장마다 스트라이크존 기준이 다르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이라면 '경기 중의 일관성'은 유지될 수 있어도 '리그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사람 심판이 보는 판정과 비교하면 정확성과 일관성에서 ABS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16일 "선수들이 느끼기에는 약간 차이가 있다. 잠실구장은 왼손타자 몸쪽을 잘 잡아주고. 그런데 우리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봤을 때는 어차피 구장마다 다른 것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느끼는 감각은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 그런데 기술적으로도 카메라에 의존하는 방식의 특성상 오차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렇게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확인해서 수정하면 될 일인데, KBO는 그 가능성조차 일축하면서 이제 막 도입된 ABS의 완벽함만을 앞세웠다. KBO 허구연 총재는 지난 13일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ABS는 문제가 없다", "구장마다 다를 수 없다"며 'ABS 완벽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감독, 선수들이 경기장마다 차이가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상황이다.


14일 창원구장에서 일어난 심판들의 집단 모의 사건은 ABS의 치명적인 단점 또한 보여줬다. 문제가 된 심판들이 '말을 맞춘' 사태는 다른 방법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ABS 판정 실시간 리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지난달 7일 설명회에서 KBO 측은 "경기 중에 선수들, 감독들이 투구에 대해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5초 가량의 딜레이는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적으로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다"라며 "비디오판독까지는 아니지만, 선수단에서 잘못 판단했을 수 있고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그러한 확인 절차까지는 허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개막 후 각 팀이 20경기 안팎을 진행한 시점에서도 ABS 판정에 대한 리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KBO가 각 팀 더그아웃에 제공한 태블릿PC에 투구 위치가 찍히기까지 공 1개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이렇게 되면 삼진이나 볼넷 판정에 의문이 들어도 다음 타자가 나온 뒤에야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유명무실한 기능인 셈이다.


염경엽 감독은 "공 하나가 넘어가야 나온다. 이건 KBO도 알고 있다. 개막 미디어데이 때 실무자들하고 감독하고 같이 미팅을 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미스(누락)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봤다. 번복이 된다고 했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바로바로 뜨도록 하겠다고 얘기를 했다. KBO도 줄이려고는 한다. 시범경기보다는 빨라졌는데 그래도 다음 공은 들어와야 뜬다"고 얘기했다. 롯데 김태형 감독 역시 "다음 공이 들어와야 (태블릿PC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NC 강인권 감독도 16일 "방지할 수 있었던 것들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조금 안타깝기는 하다. 우리들이 시범경기를 통해서 ABS를 이용하면서 태블릿PC에 전송되는 시간과 관련해 항상 문제 제기를 했다. KBO에서도 인지는 하고 계셨고, 시즌이 시작하면 분명 개선될 것이라고 이야기도 해 주셨다. 그런 점들이 조금 일찍 개선되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 음성 수신기 장비를 일주일 뒤에 도입한다고 들었는데, 조금 더 일찍 해 주셨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도 않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든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상황을 안 만들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KBO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며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신중한 MLB, ABS 실험 계속된다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를 통해 ABS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야구 전문매체 베이스볼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와 싱글A 플로리다리그(FSL) 일부 구장(10개 중 9개 구장)에서 ABS가 운영된다.


KBO리그처럼 모든 경기의 모든 투구를 기계로 판정하지는 않는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사흘 동안은 ABS가 전체 판정을 내린다. 나머지 경기는 주심이 판정하되 챌린지를 신청하면 ABS가 판단한다. 각 팀은 경기당 3번의 투구 판정 챌린지 기회를 갖는다. 챌린지는 투구 판정 뒤 2초 안에 요청해야 하며 챌린지 기회는 판정이 유지될 때만 줄어든다.


트리플A와 FSL는 스트라이크존 기준이 다르다. 먼저 트리플A에서는 좌우 17인치를 폭으로 하고, 홈플레이트 가운데 상공의 한 면을 통과하면 스트라이크로 본다. 상하 기준은 타자 키의 상단 53.5% 지점, 하단 27% 지점이다. 좌우 폭과 하단 기준은 지난해와 같은데 상단 기준은 2.5% 늘었다. 스트라이크존이 더 넓어진 것이다.


지난 시즌 통계를 근거로 상단 기준을 조정했다. 베이스볼아메리카는 "지난해에는 하이 패스트볼에 대한 헛스윙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단 스트라이크존 기준을 낮췄다. 그러나 이런 조정은 삼진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대신 볼넷만 늘렸다"며 "인터내셔널리그에서는 경기당 득점이 4.98점에서 5.50점으로 늘고, 9이닝당 볼넷은 4.0개에서 4.8개로 늘어났다. 9이닝당 삼진은 9.2개로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FSL에서는 한층 발전한 기술을 실험한다. 타자들의 타격폼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진다. 하단은 타자의 뒷발 무릎 높이, 상단은 엉덩이 중간지점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타자가 똑바로 섰을 때 벨트 위쪽으로 공 하나의 공간이 생기는 정도의 높이가 상단 기준의 목표지점이다.


타자들의 자세가 바뀔 때마다 스트라이크존의 넓이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타자가 억지로 웅크린 자세를 취해 스트라이크존을 극단적으로 좁히는 시도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이전 투구들에 대한 상하단 기준 중간값이 다음 투구의 기준이 된다. 좌우 폭은 20인치로 트리플A보다 3인치 넓다. 상하좌우 판정 기준이 모두 홈플레이트 가운데 지점인 것은 FSL과 트리플A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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