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프로다!’ 발목 다친 벨란겔, 절뚝거리며 대구팬들 사진 다 찍어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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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조세프 벨란겔(25, 한국가스공사)은 진짜 프로선수였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31일 오후 10시 대구체육관에서 개최된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83-90으로 졌다. 2연승을 달린 6위 현대모비스는 13승 14패가 됐다. 9위 한국가스공사(7승 20패)는 3연패를 당했다.
프로농구 최고의 히트상품 ‘농구영신’ 매치로 의미를 더했다. 대구체육관 3533석이 매진돼 창단 첫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농구장에서 새해를 맞는다는 독특한 아이디어에 팬들의 열광했다. 농구장에서 경기력 못지 않게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1박2일간 진행된 명승부는 오직 프로농구만의 묘미였다.
한국가스공사는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주축가드 샘조세프 벨란겔과 김낙현이 동시에 다쳤기 때문이다. 벨란겔은 경기 시작 후 5분 만에 오른쪽 발목을 다쳐서 물러났다.
상무에서 전역한 김낙현은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니다. ‘맥시멈 20분’ 뛰던 김낙현이 벨란겔 몫까지 36분 가까이 뛰면서 과부하가 걸렸다. 결국 4쿼터 종료 55초를 남기고 김낙현까지 무릎부상으로 물러났다.
한국가스공사는 잔칫상을 잘 차렸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선수단은 대구 팬들에게 새해 첫 승리를 선물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대구 팬들은 새벽 1시가 넘은 야심한 시간에도 퇴근하는 선수들을 보러 선수단 버스 앞에서 기다렸다.
이때 벨란겔이 나타났다. 부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었다. 본인의 부상으로 중요한 경기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 마음이 무거웠을 터. 하지만 어린이 팬이 다가가 사진을 요청하자 벨란겔은 환하게 웃었다. “쌤 기다렸어요!”라는 어머니 팬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진심은 통했다.
순식간에 팬들에게 둘러싸인 벨란겔은 모든 팬들의 요청에 친절하게 응했다. 농구열기가 엄청난 필리핀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래도 다치고 패한 선수가 진심으로 팬서비스를 해주기는 쉽지 않다.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은 도저히 다친 선수로 볼 수 없었다. 벨란겔은 대구 팬들에게 승리보다 값진 추억을 선물했다.
발목이 괜찮냐는 기자의 말에 벨란겔은 “아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팬서비스를 마친 벨란겔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