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레반도프스키도 울었다…사비 감독 사임 말리려 개인 통화까지 했다
컨텐츠 정보
- 168 조회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성적 부진에도 FC 바르셀로나 선수단 내에서 신임이 두터웠던 모양이다.
사비 감독이 사임을 결정했다. 지난 28일 비야레알과의 2023-2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2라운드에서 3-5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자 물러날 뜻을 전했다. 이날 패배로 바르셀로나가 선두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 차이가 10점 이상 벌어지면서 결단을 내렸다.
당장 지휘봉을 내려놓는 건 아니다. 사비 감독은 비야레알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뒤 "먼저 드릴 말씀이 있다"라고 질문보다 자신의 발언을 시작했다. 충격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6월 30일에 떠나기로 결심했다. 바르셀로나 팬으로서 지금의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 상황은 변해야 하며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라고 성적 부진을 통감했다.
사비 감독이 2년 6개월 만에 친정인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했다. 2025년까지 체결한 계약 기간을 이행하지 못하고 실패 꼬리표를 달게 됐다.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가 위기 상황을 겪을 때마다 해결사로 불려왔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전 감독은 물론이고 지휘봉을 이어받은 로날드 쿠만 전 감독 체제 때도 바르셀로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사비 감독의 이름이 거론됐다. 당시 사비 감독은 카타르 알 사드에서 플레잉 코치를 마치고 이제 막 초보 사령탑이 됐을 때인데도 늘 데려오려 안간힘을 썼다.
그만큼 사비 감독은 바르셀로나 역사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선수 시절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1군에서만 통산 767경기를 뛴 사비 감독은 전통적인 티키타카의 핵심으로 불렸다. 패스 마스터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그라운드의 사령관으로 공격 전개를 책임졌다. 사비 감독의 전성기와 맞물려 바르셀로나는 라리가 우승 8회를 비롯해 통산 27회 트로피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의 철학을 가장 잘 이행한 선수였다. 바르셀로나의 색채인 짧고 빠른 패스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플레이의 마에스트로로 상당한 업적을 냈다.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여러 명장들을 겪으면서 다양한 전술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을 때 명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숱하게 받아왔다.
2021년 바르셀로나의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쿠만 전 감독이 바르셀로나를 맡아 티키타카의 전통을 조금 흐리던 시기였다. 바르셀로나 고위층은 철학 유지를 내세우면서 사비 감독의 OK 사인을 이끌어냈다. 사비 감독은 레전드 출신답게 오자마자 규율부터 다졌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규칙이 있으면 코칭스태프가 거칠 필요가 없다. 선수 생활을 하며 규칙이 있을 때 성적이 좋았다. 규칙은 질서"라고 중요성을 밝혔다.
바르셀로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선수단 훈련 90분 전 도착 스태프는 훈련 2시간 전 도착 식사는 훈련장에서 벌금 제도 부활 벌금 반복시 2배 경기 48시간 전 외부활동 금지 실력 기반 출전 경기 외적 생활 평가 위험한 취미 행위 금지 프로 선수 이미지 고찰 등의 십계명도 확립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비 감독은 기대에 부응하는 출발을 보여줬다. 라리가 9위에 처져있던 2021-22시즌 급히 지휘봉을 잡은 것치고 준우승까지 끌어올리면서 성공 가능성을 내비쳤다. 부임 2년 차였던 지난 시즌에는 우승 감독도 됐다. 초반부터 라리가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바르셀로나는 화려한 공격보다 단단한 수비를 앞세워 4년 만에 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슈퍼컵에서는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결승에서 꺾고 우승해 찬사를 들었다.
명성을 잃고 추락하던 바르셀로나를 레전드인 사비 감독이 살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라리가 우승권에서 멀어졌던 기간 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에 타격을 입으면서 팀을 대표하던 리오넬 메시를 떠나보내야 했다. 메시 뿐이 아니었다. 큰 돈을 들여 영입했던 앙투안 그리즈만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임대로 보냈다.
바르셀로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스쿼드였다.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였는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라리가 우승을 해내면서 사비 감독을 향한 신뢰가 대단했다.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려 이번 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시즌 라리가를 우승하면서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더욱 굴욕적이었던 건 유로파리그로 내려가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패해 오래 생존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는 사비 감독에게 전권을 주고 이번 시즌 힘차게 출발했지만 지도력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자주 승점을 놓치면서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단순한 패배가 아닌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 더비를 연달아 놓친 것도 치명적이었다. 리그에서 만난 경기에서 주드 벨링엄에게 종료 직전 결승골을 얻어맞고 졌던 바르셀로나는 이번 달에도 또 다시 레알 마드리드에 패했다.
격차가 더 벌어져 충격을 안겼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스페인 슈퍼컵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굴욕적인 1-4 패배를 당했다. 사비 감독의 경질설이 본격적으로 돌았다. 바르셀로나 수뇌부는 지지 의사를 보였다. 데쿠 바르셀로나 단장은 "차비 감독에 대한 경질설은 말이 안 된다. 여전히 회장과 구단의 신임을 받고 있다. 이번 슈퍼컵에서 1-4로 진 건 아쉽지만 지금은 경질이 아닌 다음 경기를 생각할 때"라고 했다.
사비 감독을 데려온 조안 라포르타 회장은 더욱 애정을 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사비 감독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는 사비 감독을 당장 경질하기보다 기다려주면 스스로 해법을 찾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비 감독이 먼저 바르셀로나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 결정은 모든 상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책임감을 느낀다. 모든 일이 잘 진행됐다고 생각하며 우리 프로젝트는 6월 30일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항상 클럽을 위한 해결책이 되고 싶다. 문제가 되기는 싫다. 2년 3개월 전에는 내가 해결책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선이 6월 30일에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