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마르 대타' 경험으로 더 무서워진 사우디 에이스… '월클 수련법' 이겨낸 알힐랄 선수들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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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에서 한국과 격돌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은 자국 리그에 엄청난 슈퍼스타들이 유입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사우디 프로 리그는 국부펀드(PIF)가 자금을 대는 4개 구단 알힐랄, 알나스르, 알아흘리, 알이티하드를 중심으로 많은 슈퍼스타를 수급했다. 지난해 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알나스르로 이적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네이마르(알힐랄),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등 월드스타들이 대거 합류했다.
외국인 보유한도가 팀당 8명으로 늘어나면서, 사우디 리그 상위권 팀의 맞대결은 유럽 빅 클럽간 대결이나 다를 바 없는 풍경이 됐다. 관중은 적고 한팀당 4~5명의 사우디 선수가 껴있긴 하지만 빅 리그 수가 과반수다. 예를 들어 비교적 최근 알힐랄과 알나스르가 맞붙은 경기 선발 명단에서 외국인이 15명, 사우디 국적은 단 7명이었다. 각 팀의 사우디 국적 선수들은 유럽 진출을 하지 않고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유럽에서도 고연봉을 받는 감독의 지도를 받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월드 클래스'들과 한 팀에서 뛰는 것이다.
반면 부작용도 크다. 알힐랄이나 알나스르 같은 팀에 사우디 대표급 선수가 고작 3명씩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리 없다. 지난 2022-2023시즌까지는 사우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이자 대표팀의 중요한 멤버였는데, 2023년 여름부터는 프로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하면서 감각이 뚝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이번 대회 사우디가 크게 우려했던 골키퍼 포지션이 대표적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맹활약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골키퍼 모하메드 알오와이스는 소속팀 알힐랄에서 모로코 출신 스타 야신 부누에게 완전히 밀렸다. 결국 이번 아시안컵 주전 골키퍼는 라게드 알나자르와 모하메드 알카사르가 번갈아 책임지고 있는데 둘 다 아시안컵에서 A매치에 데뷔한 선수들이다.
▲ 알힐랄에서 살아남은 알다우사리와 친구들, 비중이 크다
사우디는 4대 강팀 소속이 20명이나 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자국리그에서 무패 1위를 달리는 알힐랄 소속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금은 9명인데, 그나마 줄어든 것이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승을 따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무려 12명이었다. 그 중 주전 선수의 비중도 높았다. 중동 국가들은 어차피 대부분 국내파인 마당에 한 팀에 대표 선수들을 몰아놓고 늘 호흡을 맞추게 해 그 힘을 대표팀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알힐랄이 그런 역할을 했다.
왜 알힐랄 선수의 숫자가 줄었을까. 부누에게 밀린 골키퍼 알오와이스, 카타르 월드컵 당시 주장이었던 미드필더 살만 알파라지 등 소속팀부터 엄청난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들은 알힐랄뿐 아니라 카타르 대표팀에서도 전설적인 선수들이었으나 슈퍼스타에게 밀린 것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월드스타들의 습격에도 살아남은 선수들은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알힐랄 미드필더 모하메드 칸노, 나세르 알다우사리 등은 그나마 종종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경기에 나설 때마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후벵 네베스와 호흡을 맞추는 경험을 한다.
특히 사우디의 대표적 스타 살렘 알다우사리는 천운이 따랐다. 알힐랄이 영입한 최고 스타 네이마르와 포지션이 딱 겹쳐서 후보로 밀릴 위기였는데, 네이마르가 장기부상으로 이탈했다. 알다우사리는 알힐랄 내에서도 출장시간 1위를 기록하면서 9골 2도움으로 꾸준한 활약을 했다.
최근 사우디 경기를 보면, 알다우사리와 칸노, 그리고 왼쪽 윙백 모하메드 알브레이크가 맞추는 호흡이 강력하다. 명목상 스트라이커인 알다우사리는 미드필더처럼 뒤로 내려가고, 수비형 미드필더 칸노는 반대로 공격에 적극 가담한다. 그리고 알브레이크는 왼쪽 윙백이지만 오른발잡이라 측면만 파고드는 게 아니라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패스나 템포를 늦춘 크로스도 시도할 수 있다. 이들이 위치를 바꾸면서 측면을 잘 공략한다.
이 세 선수 모두 알힐랄에서 슈퍼스타들과 호흡을 맞추는 '월드클래스 수련법'에서 살아남았다. 유럽 강팀들과 비슷한 전술 운용, 경기 운용을 추가한 것이다. 과거 사우디가 탄력 넘치는 개인을 갖긴 했지만 그리 조직적이지 않았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직력은 좋았으나 기본적으로 약팀의 입장에서 플레이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우디는 원래 껄끄러운 팀이었지만, 자국 리그라는 안전한 연못에 머무르는 미꾸라지들처럼 정체된 기간도 길었다. 최근 월드스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일부 대표급 선수들은 도태됐지만 살아남은 선수들은 더 강해지는 '메기 효과'가 있었다. 한층 지능적인 사우디를 각오해야 한다. 한국과 사우디의 16강전은 31일(한국시간)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