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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 클린스만 후임 놓고 또 구태의연한 과거 답습? 감독 빼가기 가능성에 분노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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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가까운 위약금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사단에 지급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 앞에는 당장 새로운 감독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떨어졌다.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정 회장의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관련 '입장 설명회' 화두는 크게 세 가지였다. 클린스만의 경질에 따른 후임 사령탑 선임, 정 회장의 거취, 대표팀 선수들의 분란에 따른 조직력 붕괴 수습 방안이었다.


국민적인 사퇴 압박 여론 앞에서 정 회장의 대답은 축구협회 회장 선거 규정을 제시하며 사퇴 가능성에 묘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연임에 대해서는 2018년 축구협회 총회에서 회장 임기를 3연임까지 제한하도록 협회 정관을 바꾼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라며 타의에 의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축구협회 정관 '제4장 임원-22조 임기'에는 회장을 포함한 이사의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임원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임원의 연임 횟수 제한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국제스포츠 임원 진출 시 임원 경력 또는 단체 재정 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평가 등이 명확한 경우 연임 허용으로 입후보 가능하다. 정 회장이 4선에 도전한다면 2021년 1월 3선 성공 이후 달성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 기여 역시 포상금 출연 등의 명분이 있다.


5월 아시아 축구연맹(AFC) 동아시아 몫의 집행위원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되면 이 역시 4선 도전의 명분이 된다. 승인된다면 얼마든지 재출마 가능하고 100명 이상 300명 이내의 대의원 투표를 통해 당선되면 4선에 성공한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일명 항명성 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깨트렸던 것에 대해서는 "한 달이 넘는 긴 단체 생활과 육체적, 정신적 어려운 경기를 치러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중대하게 살펴봐야 할 문제다. 향후 (새로운) 코칭스태프 구성과 선수 관리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라며 차기 감독에게 과제 해결을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징계 여부는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징계 효과라는 입장도 보였다. 협회 내 공정위 징계 조항은 개인이 특정팀에 속해 벌인 일에 대한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국가대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장 대표팀은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을 치른다. 이후 26일 태국 방콕으로 건너가 다시 태국과 4차전 원정 경기를 갖는다.


소집일인 3월 18일의 일주일 전인 3월 11일에 명단을 발표한다고 보면 감독 선임 시간은 단 3주에 불과하다. 새로운 얼굴 찾기가 쉽지 않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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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점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지휘했던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을 비롯해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의 일시 선임설이 퍼졌다.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감독이 A대표팀을 겸직하는 방안도 나왔다. 네 명 모두 A대표팀,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도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K리그 개막이 3월 1일이라 이들 선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감독 역시 4월 초부터 카타르에서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른다. 3월 중순 소집 예정이다. A대표팀 겸임이 무리수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들을 정말로 빼낸다면, 특히 K리그를 누비는 감독들이라면 '감독 빼가기'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이미 축구협회는 지난 2011년 12월 조광래 전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을 전격 경질한 뒤 전북 현대를 지휘하던 최강희 감독(현 중국 산둥 타이산 감독)을 술자리 압박을 통해 선임했던 전례가 있다. 최 감독이 "대표팀은 죽어도 싫다"라고 외쳤지만, 조중연 당시 축구협회 회장이 소주 5병을 먹여 가며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동계 훈련을 통해 팀의 틀을 잡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감독 빼가기는 기분 나쁜 일이다. 실제 거론되는 감독이 속한 구단의 고위 인사 A씨는 스포티비뉴스에 "우리 감독이 차기 감독 후보군에 이름이 오른 것을 보고 진심으로 놀랐다. 소방수를 해달라는 것 아닌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구태가 심하다"라며 반발했다.


이는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의 제12조 감독, 코치 등의 선임 내용의 다양한 해석이 낳은 일이기도 하다. 이 규정에는 '①각급 대표팀의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며 선임 주체를 알린 뒤 '②협회는 제1항의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응하라'는 문구는 곧 강화위에서 현직 감독을 지명하면 무조건 내주라는 이해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해당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강화위에서도 손을 쓸 방법은 없다. 강제성이 없다는 뜻이다. 무조건 빼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또 후보군이 많아 그럴 일도 없다"라며 오해 진화에 나섰다.


시즌 종료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다음 시즌 준비 여유가 있다. 반면 현재는 시즌을 앞둔 시점이다. 해당팀은 힘없이 뺏기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한다. 이미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이 시작, 사실상 새 시즌이 팬들 앞으로 왔다.


축구협회가 프로연맹의 상급 기관이라는 점, 자주 프로축구를 경원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감독 빼가기'는 반대 기류가 훨씬 강하다. B구단의 C대표는 "최근에 프로연맹 대표자들의 미팅이 있었다. 대표팀 감독 선임 이야기가 나왔었다. 다들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기분 나쁜 반응을 보였다. 예전처럼 급해서 잠시 빌려달라는 식의 선임을 하겠다고 하면 강력한 팬들의 비판과 마주할 것이다. 구단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한 시즌 농사 시작 전부터 망치라는 것 아닌가"라며 일말의 가능성을 깊게 경계했다.


내국인 또는 외국인 지도자로 갈 것인지부터 기준 정립이 필요한 축구협회다. 미하엘 뮐러 위원장 사임으로 공석이 된 강화위 구성도 새롭게 하겠다고 선언, 참신한 인물을 찾아 위원장으로 선임 후 뼈대를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대승적 차원'이라는 문구를 달고 국내 감독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긴다면 일을 쉽게 한다는 비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클린스만을 해임하기 무섭게 외국인 지도자 이력서가 대리인을 통해 들어온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지만, 철저한 검증 없이는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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