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애리조나 간 것도 아닌데…’ 김혜성 ML 진출 앞둔 키움, 日 괴물투수 템퍼링 논란에 불똥 튀었다
컨텐츠 정보
- 231 조회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사이에서 불거진 템퍼링 논란으로 인해 키움 히어로즈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에도 불똥이 튀었다.
키움은 지난해 8월 선수단 운영 노하우 교류 목적으로 애리조나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프링캠프 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2월 13일에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협약식을 개최하며 구단간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 당시 협약식에는 키움 고형욱 단장, 애리조나 데릭 홀 사장 등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최근 키움과 애리조나는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한국, 일본, 대만 등 해외리그 구단들의 개별적인 계약과 관련해 모두 사무국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러한 결정 사안을 KBO에도 공유를 했고 키움과 애리조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방침에 따라 일단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불거진 템퍼링 논란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해외리그 구단의 개별적인 파트너십 계약이 미리 해외의 좋은 유망주들을 특정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점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에이스 사사키 로키(지바롯데)다. 시속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사사키는 일본프로야구 통산 50경기(309⅔이닝) 21승 11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한 우완 영건이다. 아직 많은 경력을 쌓지는 않았지만 2022년 일본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 게임을 달성하는 등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종료 후에는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소속팀 지바롯데가 사사키의 포스팅 요청을 거부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4경기(309⅔이닝) 21승 11패 평균자책점 2.01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오타니 쇼헤이(다저스, 10년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저스, 12년 3억 2500만 달러), 이정후(샌프란시스코, 6년 1억1300만 달러),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5년 9000만 달러), 스즈키 세이야(컵스, 5년 8500만 달러) 등을 영입하며 아시아 선수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아시아 선수들의 몸값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특정 메이저리그 구단이 해외리그 구단과 접촉해 선수에 대한 정보를 은밀히 파악하고 사전에 접촉하는 템퍼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사실 이번 조치는 한국이나 대만보다는 일본 때문에 내려진 조치로 보인다. 사실 한국이나 대만에서는 포스팅으로 대형 계약을 맺고 나가는 선수가 많지 않다. 특히 사사키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일본 구단의 경우에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약을 맺고 전력 분석 노하우 등을 전달해준다는 명목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코치나 스카우트 등이 파견되는데 이러한 인적 교류를 통해 선수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템퍼링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리그에 대해 일괄적으로 조치를 취하다보니 우리도 포함이 된 것이다”라고 말한 KBO 관계자는 “사실 키움이 애리조나와 협약을 맺고 있었지만 이정후가 애리조나로 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 김혜성이 포스팅이 될 예정이지만 김혜성도 애리조나로 갈지는 알 수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일본 선수들처럼 한국 선수를 치열하게 영입하려고 경쟁하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조치로 우리 구단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코치 연수 같은 인적교류다”라고 강조한 KBO 관계자는 “다만 이 부분에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KBO리그 구단에서 메이저리그 구단으로 코치 연수를 보내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분위기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승인을 받으면 된다. KBO도 동등한 입장으로 사안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KBO에서 모두 승인을 받고 구단간 협약이나 코치 연수 등이 이루어질 것 같다. 행정적인 절차가 하나 생겼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키움 입장에서 이번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치로 인해 애리조나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이 종료된 것은 아쉽다. 키움 고위 관계자는 “애리조나에서는 우리 구단과의 관계가 달라질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쪽에서도 ‘애리조나가 곤란한 일을 안겪었으면 좋겠다.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라는 뜻을 전했고 합의하에 계약을 마무리하게 됐다”면서 “우리는 10년 전에도 보스턴과 파트너십을 했었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해외 구단들과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 아쉽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템퍼링을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고 우리는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렇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키움은 지난해와 올해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 1차 훈련을 진행했다. 애리조나 구단의 훈련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얻어 좋은 시설에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다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이번 조치로 내년부터 애리조나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키움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장 사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운동장을 사용하는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KBO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라고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봤다. KBO 관계자 역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번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치가 KBO리그 구단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