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쫓기듯 방출될 뻔했는데…토트넘과 여름 '종신 재계약', 이런 대반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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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반전이 있을까 싶다.
손흥민이 거액의 재계약을 눈 앞에 두면서 현 소속팀 토트넘을 넘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레전드 대열에 합류하기 직전인 것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사실 그는 토트넘에 온지 1년 만에 쫓기듯 프리미어리그를 떠날 뻔 했다. 아직 그에 대한 공격력 의구심이 있었을 때란 점을 생각해 보면 이번 재계약 소식이 더욱 드라마틱하다.
두 곳의 영국 언론에서 올시즌 토트넘 성적의 승패가 달린 애스턴 빌라전을 앞두고 나란히 재계약 소식을 알렸다.
영국 축구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8일(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과 새로운 거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여름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토트넘이 손흥민을 1년 더 붙잡을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31살의 한국인 공격수 2025년 6월에 북런던에서 계약이 만료된다. 양측의 초기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시즌이 끝나야 새로운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상세하게 알렸다.
역시 영국 언론인 팀토크도 같은 날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 한 명과 엄청난 계약을 맺는다. 손흥민과 새 계약을 맺기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손흥민은 틀림없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토트넘이 그를 잡고 싶어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재계약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계약서에 공식 사인하고 오피셜이 나와야 모든 게 마무리되지만 두 매체의 동시 보도는 그간 교감 정도로 해석됐던 손흥민의 토트넘 종신 계약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여름부터 축구 등 스포츠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중동 러브콜에 시달리고 있다. 구체적으론 2034년 월드컵 개최를 사실상 확정지은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손흥민에 대한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행선지도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사우디 1부리그 구단 중 명문이라고 할 수 있는 알 이티하드, 알 힐랄, 알 나스르, 알 아흘리 등 4개 구단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 중 과거 K리그 구단들도 곧잘 잡으면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 등극까지 했던 알 이티하드가 손흥민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나섰다.
알 이티하드엔 이미 카림 벤제마와 사디노 마네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뛰고 있고 현재 리버풀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현역 득점 랭킹 1위 모하메드 살라도 러브콜을 받고 있어 손흥민 입장에서도 총액 수천억원을 받고 사우디로 가는 것이 이상한 그림은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축구에 관한 세계 최고의 실력과 시장성을 갖춘 프리미어리그, 그 중에서도 북런던에 둥지를 틀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토트넘에 계속 남을 뜻을 비쳤다.
이에 토트넘 역시 손흥민을 올 여름 내다팔면 900억원 가까운 이적료를 챙길 수 있지만 손흥민과 다시 한 번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첫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프리미어리그 시즌 막판이라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다음 시즌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오는 7월1일 안팎으로 손흥민의 다년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다년 계약을 맺게 되면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을 훌쩍 넘어 머무르게 된다. 그야말로 토트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된다. 해리 케인이 우승컵을 좇아 지난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것을 생각하면 손흥민이 갖는 토트넘 구단 내에서의 가치는 상상하기 어렵다.
독일 바이에 레버쿠젠에서 활약하던 손흥민은 마침 당시 코칭스태프가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벤치 등으로 밀어내자 이적을 추진했고 토트넘과 빠르게 손을 잡았다.
하지만 토트넘 입성 초기부터 그의 앞길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5년 9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어 연착륙하는 듯 했으나 이후 아르헨티나 출신 윙어 에리크 라멜라와의 경쟁에서 밀려 1년 만에 독일 유턴을 고려했다.
손흥민은 지난 2019년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5-2016시즌이 끝난 후 토트넘을 떠나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손흥민이 1년 만에 이적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출전 시간 부족이었다. 지금은 토트넘 부동의 주전 공격수이지만 손흥민은 데뷔 시즌에 리그에서 28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8경기 중 선발로 나온 건 15경기뿐이었고, 총 출전 시간도 1104분에 불과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활약하다가 손흥민보다 토트넘에 1년 먼저 온 라멜라가 손흥민과의 경쟁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던 상황이었다.
당시를 회상한 손흥민은 "난 그때 거의 토트넘을 떠날 뻔했다. 포체티노 감독한테 여기가 편안하지 않아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볼프스부르크 등이 영입에 진지한 관심을 보였고, 토트넘은 레버쿠젠에 줬던 이적료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볼프스부르크가 그 때까진 구단 규모가 커서 토트넘 입장에선 원금 회수가 가능했다. 손흥민도 리우 올림픽을 마치고 온 뒤 볼프스부르크 이적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당시 사령탑이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마지막에 손흥민을 설득했고 그는 남았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 감독으로 지난해 11월 8일 토트넘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당시를 회상하며 "손흥민은 인내심이 대단했다. 그와 나눈 대화는 프로페셔널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이었다"라며 "그 때 내린 결정으로 인해 지금 손흥민은 행복하다. 우린 지금 손흥민의 최고의 모습을 보고 있다"라며 자신을 믿고 남아준 손흥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포체티노 감독을 믿고 토트넘에 잔류한 손흥민은 곧바로 다음 시즌인 2016-2017시즌에 리그 14골 8도움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21골 9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핵심 공격수로 거듭났다.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두 번이나 받았고, 라멜라도 자연스럽게 밀어내며 케인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함께 'DESK' 라인을 형성, 토트넘의 새 전성기 중심에 섰다.
포체티노 감독이 떠나고 조세 무리뉴 감독,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연이어 부임했지만 손흥민의 입지는 변함 없었고 오히려 2021-2022시즌엔 꿈에 그리던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월드 클래스 공격수로 거듭났다.
또 새 시즌을 앞두고 비유럽 선수들 중 최초로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됐고, 2015년부터 약 8년간 383경기 153골 81도움을 기록하면서 자타 공인 토트넘 레전드로 등극했다.
지난 시즌 주춤했지만 2023-2024시즌 손흥민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서 다시 부활했다. 아직 시즌 30% 정도가 남은 상황에서 14골을 넣으며 득점왕 경쟁에 다시 가세할 채비를 마쳤다. 카타르 아시안컵으로 토트넘을 한 달 이상 비운 것 고려하면 놀라운 행보다.
그런 행보에 토트넘이 거액의 재계약으로 화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