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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키운 LG, 큰돈 주고 영입한 두산 감사하죠"…포수 금값 시대, 4억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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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 있을 때 내가 못 했지만, LG도 나를 뽑아주고 키워준 팀이라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다. 두산은 어떻게 보면 큰돈을 주고 영입해 주신 거니까 정말 감사하다."


두산 베어스 포수 김기연(27)은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김기연은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된 포수 유망주였다. LG는 한때 김기연을 2번 포수로 생각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 키웠는데, 당시에는 김기연의 성장 속도가 더뎠다. 두산은 지난해 2차드래프트가 부활했을 때 안방마님 양의지(37)의 뒤를 이을 포수감을 하나 더 확보하는 확실한 콘셉트를 잡고 움직였다. 두산은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2루 송구 능력이 빼어난 김기연에게 미래를 걸기로 했다. 장타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방망이도 장점이었다. 두산은 김기연을 1라운드에 영입하면서 LG에 양도금 4억원을 지급했다.


김기연은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4일 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다. 2번 포수로 장승현이 기회를 얻는 상황에서 김기연이 나설 자리가 없었다. 김기연은 2군에서 묵묵히 때를 기다렸고, 장승현이 종아리 타박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지난 6일부터 다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연은 최근 양의지가 손목 타박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빈자리를 완벽히 채웠다. 지난 25일 잠실 NC전에서 부활이 절실했던 사이드암 최원준의 6⅔이닝 1실점 호투를 리드했고,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선발 데뷔전에 나선 김유성의 5이닝 2실점 호투와 첫 승리를 이끌며 미소를 지었다. 타격감도 예사롭지 않았다. 12경기에서 타율 0.333(30타수 10안타), 1홈런, 3타점, OPS 0.788을 기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양의지가 포수로 선발 출전할 때 대타감으로 김기연을 고려할 정도로 감이 좋다. 지난 24일 잠실 NC전에서는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활짝 웃기도 했다.


요즘은 야구장에 나올 때 행복한 마음뿐이다. 김기연은 "일단 경기에 나가는 것도 정말 즐겁고, 또 다행히 잘하고 있고 또 팀도 이기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즐겁게 야구를 한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 2월 처음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을 때는 새로운 동료와 환경에 적응하느라 얼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더 조용히 지내기도 했다. 이 감독은 그런 김기연에게 "조용해서 있는 줄도 몰랐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다. 투수들도 다 파악을 했고, 선수들과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기회를 얻으면서 성적도 좋다 보니까 김기연의 표정부터 몰라보게 밝아졌다.


김기연은 "아무래도 캠프 때는 아직 선수들과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라 어색해서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많이 친해져서 이제는 거리감은 없는 것 같다. 투수들도 많이 알아가고 있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잦아진 선발 기회 속에서 김기연은 오히려 '뭘 더 하려고 하지 말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는 "이렇게 선발로 계속 경기에 나가는 게 처음이다. 거의 백업으로 후반에만 나갔는데, 선발로 계속 나가면서 뭔가 경기를 운영하는 게 조금 단순해졌다고 해야 하나. 빠르게 빠르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 같고, 이제 몇 경기 안 나가서 나중에 더 많은 경기를 나가야 하니까. 지금까지는 그냥 경험이라 생각하면서 경기를 풀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도 중요하겠지만, 경기 운영이 아직 부족하게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실점을 안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점한 상황들이 있었다. 그래서 경기 운영을 더 배우고 싶고, 타격도 현재 나가는 경기마다 안타 하나씩은 치는 것 같은데 더 많이 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기 운영은 늘 옆에 있는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를 지켜보며 배운다. 김기연은 "대한민국 최고 포수인 선배님이 옆에 계시니까. 그냥 선배님이 경기 하는 것만 봐도 공부가 된다. 그리고 요즘은 내게 잘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더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데뷔 첫 홈런은 김기연의 목표인 양의지를 따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기도 했다. 김기연은 "데뷔 첫 홈런이라 칠 당시는 얼떨떨하고 마냥 좋기만 했는데,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더 많은 홈런을 보여 드리고 싶다. 또 아무래도 내 롤모델인 (양)의지 선배님처럼 홈런도 칠 수 있는 타자가 나도 목표다. 그렇다고 욕심을 막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홈런도 칠 수 있는 타자고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줄곧 김기연 옆을 지켰다. 훈련할 때 함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세리자와 코치는 김기연을 따로 불러 이런저런 조언을 자주 하는 편이다.


김기연은 "세리자와 코치님이 나와 엄청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경기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나도 엄청 도움을 되는 것 같다. 내 부담감도 줄어들고, 배우는 것도 많다. 요즘은 선발로 경기에 나가면서 볼 배합과 경기 운영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다. 그리고 타자들을 내가 보는 시야와 코치님이 보는 시야, 또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시야가 다 다르다. 그런 것을 나 혼자만의 시야로 파고들다 보면 아무래도 선택지가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실점하더라. 코치님은 오래 하시기도 했고, 더 넓은 시야로 보실 수 있으니까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나도 그 눈을 조금 더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리자와 코치는 성장하려 노력하는 김기연을 기특하게 바라보고 있다. 세리자와 코치는 "(김)기연이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훈련은 물론 포수로서 공부도 정말 성실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경기에 나서면 나설수록 여유가 생기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꾸준히 1군 경기에 나서는 상황이 낯설겠지만,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모두가 좋기 때문에 기분 좋게 경기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 기연이에게는 '지금처럼 잘하라'는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다. 무리하지 말고, 스트레스 덜 받으며 지금처럼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기연은 개막 한 달 만에 두산 팬들에게 '팀에 잘 왔다'는 말을 듣는 선수가 됐다. 주전 포수 한 명을 구하기도 어려운 요즘 KBO리그에서 차기 안방마님이 될 자질을 갖춘 선수를 4억원에 데려온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김기연은 "일단 감사하다. 어떻게 보면 큰돈을 주고 팀에서 영입해 주신 거니까. 정말 감사하다. 또 이제 이렇게 선발 기회를 받는 게 올해 처음인데, 초반부터 기회를 받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내가 LG에서 못했지만, LG는 나를 뽑아 주고 키워 준 팀이라 감사하고 또 죄송하기도 하다. 이제 두산에 와서 많이 응원해 주셔서 나도 자신감 있게 야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타석에 나선 시즌이 없었는데, 올해는 200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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