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적응 누가 어렵대? 이정후 타율 0.343로 시범경기 끝…'vs 김하성' 빅리그 데뷔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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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드디어 오라클파크 그라운드를 밟았다. 마지막 시범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지만 지금까지의 성과 타율 0.343만으로도 시즌 준비는 합격점이다.
이정후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시범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3타수 무안타로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이 4경기에서 끝난 가운데 시범경기를 타율 0.343와 OPS 0.911로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 적응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데뷔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는 결과다.
27일 경기는 메이저리그 정식 데뷔를 앞둔 이정후의 마지막 시범경기였다. 26일까지는 최근 4경기 연속 출루로 시범경기 성적 타율 0.375와 OPS 0.990을 기록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우려를 안고 시범경기를 맞이한데다 옆구리 부상으로 데뷔전까지 미뤄졌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자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고 있다. 안타 숫자를 떠나 타구 속도, 투구 대처 등이 이미 메이저리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경기까지 무사하 마친 이정후는 이제 28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9일 진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장소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 상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를 상대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선발투수로 로건 웹을 예고했다. 김하성이 5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할 것이 유력하다. 샌프란시스코 1번타자 이정후와 샌디에이고 5번타자 김하성, 두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주축 선수로 맞대결을 펼치는 꿈 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라인업
이정후(중견수)-맷 채프먼(2루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마이클 콘포토(좌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 선발투수 스펜서 하워드
이정후는 올해 출전한 모든 시범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나왔다. 25일까지는 애리조나주의 스프링트레이닝 시설에서 시범경기에 출전하다 26일 오클랜드전부터 메이저리그 경기장을 경험했다. 이날은 오클랜드 홈구장인 콜리세움에서 경기했고, 27일에는 드디어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외야수로 선발 출전했다.
#오클랜드 선발 라인업
라이언 노다(1루수)-JD 데이비스(지명타자)-세스 브라운(좌익수)-로렌스 버틀러(우익수)-에이브라함 토로(2루수)-닉 앨런(유격수)-대럴 에르나이스(3루수)-에스테우리 루이스(중견수)-카를로스 페레스(포수), 선발투수 폴 블랙번
블랙번은 201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6순위로 시카고 컵스의 지명을 받은 뒤 2017년 오클랜드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끊기지 않았지만 꾸준히 활약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2022년 21경기 111⅓이닝으로 처음 한 시즌 100이닝을 넘겼고, 2023년에는 21경기(선발 20경기)에서 103⅔이닝을 투구했다. 아직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 경험은 없고, 통산 72경기에서 17승 24패 평균자책점 4.90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블랙번의 공을 침착하게 상대했다. 초구 포심 패스트볼은 그대로 흘려보냈고, 2구 커터에는 방망이를 냈지만 파울이 됐다. 이어 3구 커브를 지켜보고, 4구 커터를 밀어쳤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좌익수 브라운의 정면으로 향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1루수 땅볼로 물러냈다. 볼카운트 1-2 불리한 상황에서 볼이 된 4구째 체인지업은 그대로 지켜봤다. 5구 포심 패스트볼은 어렵지 않게 골라낼 수 있었다. 연속 볼로 만든 풀카운트에서 들어온 6구 커터는 빗맞은 땅볼이 됐다.
수비에서는 오라클파크 펜스의 공포를 간접 체험했다. 6회초 버틀러의 우중간 타구가 담장에 맞고 떨어졌다. 우익수 오스틴 슬레이터가 점프 캐치를 시도했지만 잡지 못했고, 중견수 이정후가 백업을 가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결국 이 공을 슬레이터가 다시 집어들어 내야에 전달했다.
이정후는 6회에도 블랙번을 상대했다. 초구 커브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고, 2구 커터는 파울이 됐다. 3구 싱커를 골라낸 뒤 커브를 커트해 볼카운트 1-2가 이어졌다. 이정후는 5구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고 보고 골라냈는데, 주심은 스트라이크로 봤다. 이정후는 서서 삼진으로 세 번째 타석을 마쳤다.
이 타석을 끝으로 이정후는 이스마엘 문기아로 교체됐다. 문기아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지만 이 경기 전까지 시범경기에서 무려 0.395에 달하는 높은 타율과 2홈런으로 OPS 1.097을 기록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스프링캠프 우수선수에게 주는 바니 뉴젠트 어워드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도 누렸다. 2017년 황재균(kt 위즈)이 받았던 그 상이다.
경기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0-3으로 졌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하워드는 2회 2사 후 타구에 팔을 강타당한 뒤 교체됐다. 세 번째 투수로 나온 블레인 엔로가 3회와 4회 각각 1점을 허용했다. 3회에는 1사 후 볼넷과 2루타를 내줘 실점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데이비스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지만 3루 주자 페레스의 득점을 막지는 못했다. 4회에는 안타 2개와 포수 패스트볼, 볼넷으로 만루에 몰린 뒤 루이스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6회 나온 카밀로 도발도 실점했다. 도발은 선두타자 버틀러에게 우중간 3루타를 내준 뒤 1사 3루에서 앨런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버틀러가 홈을 밟으면서 샌프란시스코가 0-3까지 끌려갔다.
6회초 수비에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멜빈 감독은 수비 이닝이 시작된 뒤 파블로 산도발을 3루수 채프먼 대신 내보냈다. 어수선한 공수교대 시간을 흘려보낸 뒤 산도발에게 시선이 집중될 수 있게 교체 시기를 늦췄다. 오라클파크로 돌아온 산도발을 향해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산도발은 이번이 세 번째 샌프란시스코 합류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뷔해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했다가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복귀했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2시즌을 보낸 뒤 샌프란시스코에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돌아왔다. 산도발은 개막 로스터에서 빠지더라도 샌프란시스코 트리플A 팀에서 계속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메이저리그 로스터는 장담할 수 없지만 오라클파크 경기에 출전하면서 팬들에게 박수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 27일 경기에서는 9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또 한번 팬들을 울렸다. 산도발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13일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 야수가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따낸 계약으로는 역대 최고 대우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요시다 마사타카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만큼 이정후는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계약이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래서 우려도 샀다. 이정후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얻자 미국 언론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결과에 비해 큰 투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정후의 입단식이 6년 만에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FA 영입 행사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전까지 번번이 대형 FA 영입에 실패하고 있었다.
고향팀 복귀 가능성이 그려지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친정 팀에 남았다. 대형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는 합의를 다 마친 뒤 수술 후유증을 우려해 메디컬테스트 단계에서 사인을 포기했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오타니 쇼헤이에게 LA 다저스와 같은 10년 7억 달러를 제안했으나 외면당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도 다저스의 12년 3억 2500만 달러와 비슷한 제안을 던졌지만 역시 선택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