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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도, 롯데도 당황한 삼진이 튀어 나왔다… ABS 시스템 논란, 적응 속도에 순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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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역사상 유일한 '200안타 시즌'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서건창(35‧KIA)은 KBO리그 통산 1257경기에 나간 베테랑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러나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는 아마도 프로 데뷔 후 처음 겪는 일이 있었을지 모른다.


서건창은 이날 0-0으로 맞선 2회 첫 타석에 들어섰다. 서건창은 이날 개인 첫 1루수 출전이었다. 롯데 선발 찰리 반즈에 강하다는 데이터를 본 이범호 KIA 감독의 승부수였다. 그런데 첫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2B의 카운트에서 파울 두 개를 친 서건창은 5구째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반즈의 시속 129㎞짜리 슬라이더가 볼이라고 확신했다. 누가 봐도 그렇게 풀카운트 승부에 돌입하는 듯했다.


그런데 주심은 이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했고, 풀카운트가 아닌 삼진으로 이닝이 그대로 끝났다. 서건창은 어리둥절한 듯 쉽게 더그아웃으로 향하지 못했다. 사실 서건창은 물론, 롯데 배터리도 이게 스트라이크가 될 줄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삼진을 확신했다면 투수 반즈와 포수 유강남 모두 더그아웃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했지만 이를 바라보다 삼진 콜이 나온 뒤 주섬주섬 일어섰기 때문이다.


좌완이 좌타자에 던지는 슬라이더였는데, 올해부터 KBO리그가 도입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은 이 공이 홈플레이트의 중간 지점과 끝 지점을 모두 통과했다고 봤다. 말 그대로 아슬아슬한 공이었다. 이를 의도하고 던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서건창, 그리고 롯데 배터리의 반응에서 보듯이 아마도 인간 주심이 봤다면 이는 볼로 판정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ABS는 달랐다.


여전히 0-0으로 맞선 3회에는 반대의 상황이 있었다. 롯데는 3회 공격에서 2사 후 레이예스의 안타에 이어 전준우의 빗맞은 타구가 라인 안에 떨어지는 2루타로 이어지며 2사 2,3루가 됐다. 여기서 양현종과 노진혁의 승부는 경기 초반 흐름에서 굉장히 중요했다. 양현종이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가운데 5구째 119㎞짜리 커브를 높은 쪽에서 떨어뜨렸다. 역시 다소 높아 보이는 공으로, 인간 주심이었다면 볼로 판정했을 가능성이 높은 코스였다. 하지만 ABS의 판단은 이번에도 달랐다. 스트라이크 선언이 됐고 이닝이 그대로 끝났다. 이번에는 노진혁이 쉽게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ABS 판정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경기장마다 존이 조금씩 다르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경기를 치르는 상황에서는 양쪽 모두 동등한 존이 설정되는 것이기에 큰 불만은 없다. 다만 높은 쪽 코스가 예전보다 훨씬 더 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낮은 쪽은 다소 박하다. 지금까지의 스트라이크존과 사뭇 다르다는 것 자체는 모두가 인정한다.


서건창과 노진혁의 삼진처럼 양쪽 더그아웃 모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판정도 나온다. 이범호 KIA 감독은 "2S 이후가 문제"라고 했고, 김태형 롯데 감독은 "심판들도 볼이라고 판단은 하는데, 기계 판정을 보면 찍혀 있다. 어필 대상은 되지만 기계에 찍혀 있으면 그냥 스트라이크인 것"이라고 했다. 어쨌든 이 존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ABS 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구위형 투수가 유리한지, 제구형 투수가 유리한지 여러 분석이 있었지만 높은 쪽을 후하게 잡아주면서 힘으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선수가 유리하다는 첫 판단도 나온다. 높은 쪽은 아무래도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코스인데, 여기서 힘으로 이겨내지 못하면 장타 허용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존을 계속해서 조정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미 시즌이 들어간 상황에서 ABS 존을 재설정하는 건 혼란만 줄 수 있다. 어차피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빨리 적응하는 쪽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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