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감독 로망 '6인 선발' 체제, 황준서도 있는데 왜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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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이기도 한데…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금껏 해보지 못한 고민에 빠졌다. 선발 평균자책점 1위(2.27)로 완벽한 선발 야구를 펼치고 있는데 어느 때보다 넘치는 선발투수 자원 때문에 최원호(51) 한화 감독의 머리가 아프다.
기존 류현진, 펠릭스 페냐, 문동주, 리카르도 산체스, 김민우에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까지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수확하며 당장 쓸 수 있는 선발 자원이 6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시즌 전부터 한화는 황준서 활용을 두고 고민했다. 당장 즉시 전력으로 통할 것 같은데 5인 선발진이 꽉 차면서 자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퓨처스 팀에서 시즌을 시작한 황준서이지만 기회가 빨리 왔다. 김민우가 왼쪽 날갯죽지 담 증세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면서 대체 선발로 기회를 잡았다.
황준서는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지난달 31일 대전 KT 위즈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 149km, 평균 145km 직구(33개)와 스플리터(34개) 중심으로 커브(6개)를 섞은 황준서는 안정된 커맨드로 볼넷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주무기 스플리터를 자유자재로 존에 넣었다 빼며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을 뽐냈다.
1군 선발로서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당장 자리를 내주긴 쉽지 않다. 기존 5명의 선발 모두 안정감을 보이고 있어 어느 누구 1명 뺄 수도 없다. 김민우도 담 증세가 심하지 않아 오는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이날 김민우의 투구 내용이나 몸 상태에 따라 황준서의 향후 활용법이 정해진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일 황준서 기용 방안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 주말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 더블헤더가 있어서 예비 선발 준비를 잘해놔야 한다”며 “어찌됐거나 준서는 우리가 좌완 선발로 겨냥해서 데려온 선수다. 지금 우리 팀 투수 상황이 되게 급한 것도 아니고, 조금 더 길게 보고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구단하고 더 얘기해서 방향을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선발로 육성해야 하는 선수인 만큼 당장 1군에서 붙박이 불펜으로 쓰는 것보다 길게 보고 선발에 맞춰 준비시키는 쪽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대신 이번 주말에는 한시적으로 불펜 대기를 한다. 3일 최원호 감독은 “일요일(7일) 민우의 투구 내용을 확인할 때까지 1군에 동행시키려 한다. 지난 일요일에 던졌기 때문에 금요일(5일)까지는 회복을 하고 토~일요일(6~7일) 불펜 등판 기회가 있으면 불펜에서 던지는 것을 한 번 볼 계획이다. 그 이후에는 민우의 회복 상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데뷔전에서 황준서가 즉시 전력으로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6명의 투수 모두 선발로 활용하는 ‘6인 선발 체제’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6선발은 나의 로망이기도 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감독대행을 할 때 6선발을 해보려고 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다”고 2020년 한화 감독대행 시절을 떠올렸다.
최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이 있어서 6선발이 쉽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들은 이닝 옵션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는 6선발 체제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등판 횟수가 줄어들면 이닝 옵션 달성이 어렵다”며 “여러 가지로 봤을 때 6명으로 선발을 돌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걸 그때 느꼈다”고 말했다.
6선발 체제가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 외국인 투수들은 옵션 문제도 있지만 4~5일 휴식 후 등판 루틴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많다. 여기에 우천 취소가 많고, 월요일 휴식일이 있는 KBO리그 사정상 6선발 체제에선 등판 일정 조정도 어렵다.
또한 선발 1명이 더 늘면 엔트리에서 불펜투수나 백업 야수 1명을 빼야 하는데 불펜 의존도가 높고, 교체 야수 활용이 빈번한 KBO리그 특성을 봐도 6선발 체제는 썩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장기 레이스에선 에이스급 선발을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써야 유리한데 전력 극대화 측면에서도 6선발 체제는 따져봐야 할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