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도, 류현진도 ‘몰리면’ 힘들다…타자가 제시한 ‘공략법’, 류현진은 어떻게 깨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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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감독은 지난달 17일 사직 한화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당일 선발 투수였던 류현진(37·한화)에 대해 “카운트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얼마나 안 놓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구력 좋고 다양한 구종을 가진 류현진에게 카운트를 뺏기면 승산이 희박하다는 분석이었다.
같은 달 23일 잠실 한화와 개막전에서 류현진을 상대한 박해민(LG)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2-2 동점이던 4회말 2사 1·3루에서 류현진의 ‘초구’ 빠른 공을 타격해 역전 적시타를 터트린 박해민은 “카운트가 몰리면 불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략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지난 5일 고척 한화전에 나선 키움 타자들은 작정하고 류현진의 초구를 공략했다. 키움 타선은 0-4로 뒤진 5회 1사 1·3루에서 안타 7개를 연속으로 쳐 7점을 뽑았는데, 이 중 4개가 초구를 노린 안타였다. 류현진을 상대로 안타 2개, 타점 2개를 기록한 김휘집(키움)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치자는 (팀)전략이었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은 현재까지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패 평균자책 8.36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몰리면 불리하다”는 생각으로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두른 타자들은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류현진을 공략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3경기 동안 안타 23개를 허용했는데, 초구(5개)와 2구(7개) 안타가 12개로 절반 이상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몰리면 불리한 건’ 류현진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미국프로야구(MLB)에서도 손꼽히는 제구력을 뽐내던 류현진은 개막 3경기에서 일정 투구 수를 넘기면 피안타가 급격히 증가했다. 제구 난조 여파다.
1~15구(3개), 16~30구(2개), 31~45구(2개), 46~60구(2개)까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 61~75구사이엔 피안타가 5개로 증가했고, 76구 이상부턴 9개로 껑충 뛰었다. 가령 류현진은 키움전에서 56구를 던진 4회까진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5회 투구 수가 늘자 제구가 흔들리며 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나오기 시작했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간 공이 몰리거나 밋밋하게 꽂혔고, 초구를 염두에 둔 키움 타자들의 방망이에 여지없이 걸리고 말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현재 류현진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 감독은 “예년보다 정규시즌 개막을 빨리한 데다, 선발 투수는 보통 개막 후 한 달 정도 지나야 100%의 몸 상태를 만든다”고 했다. 또 스프링캠프 합류가 늦어 컨디션을 충분히 끌어올릴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든 굉장히 낯선 출발임은 분명하다.
날씨 등의 변수만 없다면 류현진은 오는 11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다. 앞선 3경기를 통해 자신의 약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라 더더욱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이젠 타자들이 제시한 ‘공략법’을 류현진이 깨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