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등장하며 소환된 롯데 천재적 재능… 위기의 롯데, 김태형 마음 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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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는 지난 2월 통계 프로젝션인 'ZiPS'의 올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예상을 통해 메이저리그 유망주 'TOP 100' 랭킹을 선정했다. 20대 중반 선수까지 통틀어 올해 예상 성적을 매기고, 그 WAR대로 순위를 나열한 것이다.
이 랭킹에서 반가운 이름이 등장했으니 바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였다. WAR 예상을 봤을 때 올해 이정후의 랭킹은 전체 15위였다. 그래도 수준 높은 프로리그 중 하나인 KBO리그에서 7년을 뛰며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한 이정후를 유망주로 봐야 하는지는 논의가 있지만,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직 한 경기도 뛰지 않아 신인상 자격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했다. 비슷한 상황인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는 전체 1위,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는 5위였다.
그런데 '팬그래프'는 2024년 유망주 랭킹을 다루면서 10년 전인 2014년 메이저리그 유망주 랭킹을 다시 실으며 당시 유망주들이 어떻게 뻗어나갔는지를 분석했다. 여기서 더 반가운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이학주(34·롯데)다. 2014년 당시 이학주의 이 랭킹은 70위였다. 당시 이학주와 이 랭킹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에는 무키 베츠, 프란시스코 린도어, 잰더 보가츠, 조지 스프링어, 카를로스 코레아, 코리 시거, 마커스 시미언, 크리스 브라이언트 등 향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한 사례들이 많다.
이학주는 충암고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잠재력을 선보였다. 사이즈가 큰 유격수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2009년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금 115만 달러에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컵스가 바라보는 대형 유망주였고, 탬파베이의 시선도 다르지 않았다. 2010년 선발 투수인 맷 가르자가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 당시 패키지에 포함돼 탬파베이로 향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이학주가 수비에서는 골드글러브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했고, 탬파베이 팜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추신수 이후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순위에서 100위 내에 드는 선수는 이학주가 처음이었고,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 선수로만 따지면 이학주가 여전히 마지막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부상 등으로 결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학주의 야구 인생은 계속해서 '시련'이라는 단어에 가깝다. 한국 무대 복귀를 선언한 뒤 2019년 삼성의 2차 1라운드(전체 2순위) 지명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으나 정작 성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2022년 롯데로 트레이드되며 전기를 맞이하는 듯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율은 떨어졌고, 화려한 수비와 별개로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지난해 104경기에서 타율 0.209에 머문 이학주는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말을 아꼈다. 아직 김 감독의 눈높이에 찰 만한 상황이 아닌 듯보였다. 그러나 이학주는 2군 개막전부터 맹타를 터뜨리면서 활약했고, 롯데의 시즌 초반 공격 사정에 맞물려 예상보다 빠른 3월 31일에 콜업됐다. 김 감독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아직 김 감독의 마음을 100% 흡족하게 한 것은 아닌 듯하다. 출전 경기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이학주는 콜업 후 네 경기에서 타율 0.600을 기록하는 등 공격에서는 괜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비야 워낙 기본이 있는 선수다. 그러나 주전으로 나선 경기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 고비를 이겨내야 롯데의 1군 구상에 완벽하게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기회는 열려있다. 주전 유격수인 노진혁의 시즌 첫 12경기 타율이 0.161까지 처져 잇다. 한동희가 부상으로, 김민성이 부진으로 빠진 3루 또한 문제가 있어 롯데는 내야에서 여러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학주도 올해까지 1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1·2군을 들락거린다면 향후 경력의 기로에 설 수 있다. 10년 전 메이저리그를 대표했던 재능 중 하나인 이학주가 올해는 기회를 움켜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